베이징 공항에 도착해 편의점에서 물 한 병을 집어 들었을 때, 계산대에 놓인 건 현금 대신 QR코드뿐이었습니다. 익숙한 카드 결제기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결국 위챗페이가 없으면 아무것도 사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에 살짝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에서 가져온 카드만으로 위챗페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 또 잔액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하나씩 정리해 두기 시작했습니다.
위챗페이 잔액 충전, 왜 직접이 안 되는가
위챗페이 잔액을 직접 충전하려면 기본적으로 중국 본토 은행 계좌와 연동이 필요합니다. 이 계좌는 중국 신분증으로 개설된 계좌여야 하고, 위챗페이 역시 중국 신분증을 통한 실명인증이 완료된 상태여야 합니다.
한국 여권만 가진 사용자는 중국 본토 은행 계좌 개설이 쉽지 않고, 설령 계좌가 있더라도 규정 변화에 따라 외국인 계좌 연동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발급된 카드로는 위챗페이 ‘잔액’을 직접 충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시는 편이 맞습니다.
한국인이 위챗페이를 쓰는 현실적인 두 가지 방향
실제로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위챗페이 잔액을 간접적으로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법
- 위챗페이에 한국 카드를 연동해, 잔액 없이 바로 카드 결제처럼 사용하는 방법
각 방법마다 장단점이 확실하기 때문에, 여행 목적이나 체류 기간에 따라 적합한 방식을 골라야 합니다.
방법 1: 잔액을 간접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법
위챗페이 화면에 ‘잔액’이 채워져 있어야만 결제가 되는 상점들이 아직 꽤 많습니다. 특히 작은 가게나 지하 상점, 노점 등에서는 해외 카드 연동 방식이 안 되는 경우도 있어 잔액을 어느 정도 만들어 두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1) 중국인 친구·지인을 통한 송금 교환
가장 수수료가 적고 단순한 방식입니다.
- 중국인 친구나 지인이 자신의 위챗페이에서 사용자의 위챗 계정으로 위안화(CNY)를 송금합니다.
- 대신 한국에서는 친구의 한국 계좌로 원화(KRW)를 송금해 줍니다.
직접 경험해 보면, 카카오톡 송금하듯이 위챗에서 한 번에 이체가 되기 때문에 서로 신뢰만 있다면 속도와 편의성은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다만 환율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소액이라도 수고비를 줄지 등을 미리 합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온라인 위챗페이 충전 대행 서비스 이용
중국에 아는 사람이 없거나, 자주 충전해야 하는 경우 많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국내 포털에서 아래와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면 여러 업체를 찾을 수 있습니다.
- 위챗페이 충전 대행
- 위챗페이 환전
- 중국 위챗페이 충전
일반적인 이용 흐름은 다음과 비슷합니다.
- 업체에 문의해 환율과 수수료, 최소 충전 금액을 확인합니다.
- 업체에서 안내하는 한국 계좌로 원화를 송금합니다.
- 업체가 사용자의 위챗페이 계정으로 위안화를 송금해 줍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반드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 사기 방지를 위해 후기, 카페나 커뮤니티 평가 등을 충분히 확인합니다.
- 여러 업체의 환율·수수료를 비교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을 따져봅니다.
- 처음에는 소액으로 테스트 충전을 해 본 뒤, 문제가 없을 때 금액을 조금씩 늘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개인 경험상, 잘 알려진 업체는 응답도 빠르고 문제 발생 시 대응이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곳은 특히 더 신중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방법 2: 한국 카드 직접 연동해서 잔액 없이 결제하기
최근 위챗페이는 중국 비거주자,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카드 연동 기능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위챗페이 ‘잔액’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결제 시 연결된 한국 카드에서 바로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1) 여권을 이용한 실명 인증
먼저 위챗페이 사용을 위해 본인인증 절차가 필요합니다. 화면 구성은 버전과 언어 설정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기본 흐름은 다음과 비슷합니다.
- 위챗 앱에서 ‘나(Me)’ 메뉴에 들어갑니다.
- ‘서비스(Services)’ 또는 ‘지갑(Wallet)’ 메뉴를 선택합니다.
- 상단 또는 설정 메뉴에서 실명인증(Real-name Verification, Identity Verification 등)을 찾습니다.
- 여권 정보를 입력하고, 여권 사진 촬영 및 얼굴 인증 절차 등을 진행합니다.
여기에서 이름 철자와 여권 정보가 정확히 일치해야 이후 카드 연동 과정도 수월합니다.
2) 한국 신용·체크카드 등록
실명 인증이 완료되면 카드 연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 위챗페이 화면에서 ‘지갑(Wallet)’ 또는 ‘카드(Cards)’ 메뉴를 엽니다.
- ‘카드 추가(Add a Card)’를 선택합니다.
- Visa, Mastercard, JCB 등 국제 브랜드가 표시된 한국 발행 신용카드·체크카드 정보를 입력합니다.
- 카드 번호, 유효기간, CVC 코드 등을 입력한 뒤, 카드사에서 요청하는 추가 인증(SMS 인증 등)을 완료합니다.
은행·카드사별로 해외 소액 결제 차단, 3D 인증 등 추가 보안 단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문제가 생기면 카드사 고객센터에서 해외 온라인 결제 설정을 한 번 확인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3) 실제 결제 시 동작 방식과 주의점
중국 현지에서 계산대의 위챗페이 QR코드를 스캔하면,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집니다.
- 위챗페이 잔액이 충분하면 먼저 잔액에서 차감됩니다.
- 잔액이 부족하거나 0이면, 연동된 한국 카드에서 바로 결제가 진행됩니다.
이 방식의 장점과 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장점
- 잔액을 미리 충전할 필요가 없어 관리가 편합니다.
- 여행 중 갑자기 돈이 모자랄 걱정이 줄어듭니다.
- 단점
- 모든 상점이 해외 카드 연동 위챗페이를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소규모 상점·노점은 잔액 결제만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 해외 결제 수수료(해외 이용 수수료, 브랜드 수수료 등)가 카드사 기준으로 추가됩니다.
- 카드사 또는 위챗페이 측에서 일일·월간 결제 한도를 둘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해 보면 대형 마트, 프랜차이즈 카페, 교통 등은 카드 연동만으로도 충분히 결제가 가능하지만, 동네 식당이나 시장에서는 가끔 결제가 거절되는 경우가 있어 소액 잔액을 함께 준비해 두면 한결 여유가 생깁니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한 중국 결제라는 또 다른 선택지
요즘은 위챗페이 계정을 억지로 세팅하지 않고, 한국에서 쓰던 카카오페이만으로 중국 현지 QR 결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카카오페이가 중국 알리페이·위챗페이와 제휴해, 중국에서는 현지 QR 결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국 계좌에서 원화가 빠져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는 기본 흐름
- 카카오페이 앱에서 해외 결제 또는 QR 결제 관련 메뉴를 확인합니다.
- 중국 현지에서 결제 시,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카카오페이로 스캔합니다.
- 한국에서는 원화로 출금되고, 중국 상점에는 위안화로 결제가 이뤄집니다.
실제 사용감은 한국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단기 여행이라면 위챗페이 계정을 복잡하게 세팅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적습니다. 다만, 모든 상점이 카카오페이를 바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고, 제휴 로고(알리페이/위챗페이 등)가 있는 곳 위주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은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언제 어떤 방법을 선택하면 좋은가
여행 목적과 체류 기간, 방문 지역에 따라 선택은 자연스럽게 달라집니다.
- 짧은 여행, 대도시 중심 이동:
- 카카오페이 해외 결제 또는 위챗페이+한국 카드 연동만으로도 대부분 커버가 가능합니다.
- 장기 체류, 지방·소규모 상점 자주 이용:
- 위챗페이 잔액을 어느 정도 확보해 두고, 부족할 때 카드 연동이나 카카오페이를 보조 수단으로 쓰는 조합이 편리합니다.
직접 써 보면서 느낀 점은, “완벽하게 한 가지 방식만” 준비하는 것보다,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방법을 2~3개 정도 만들어 두는 편이 훨씬 스트레스가 적다는 것입니다. 위챗페이 잔액, 한국 카드 연동, 그리고 카카오페이까지 세팅해 두면 웬만한 상황에서는 결제 문제로 곤란해질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