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해, 통장을 하나 만들어 주고 싶어 은행 창구에 앉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적금, 예금 여러 가지 설명을 듣다가 “주택청약종합저축” 이야기가 나오니,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내 집 마련 디딤돌이라는데, 미성년 자녀 이름으로 만들어 두면 좋다고 하고, 나중에 성인이 되면 본인이 관리한다는데… 막상 집에 돌아와 보니 정작 가장 궁금한 건 “이 통장은 어디서 어떻게 조회하고, 혹시 이름을 바꾸는 게 가능한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셨을 부모님들께, 헷갈리기 쉬운 자녀 청약통장 조회와 명의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자녀 청약통장 조회는 누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미성년 자녀 명의의 청약통장은 기본적으로 법정대리인인 부모만 조회 및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은행 방문이 가장 확실하고, 필요한 설정을 한 뒤에야 일부 온라인 조회가 가능합니다.
은행 방문을 통한 조회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
자녀 청약통장을 개설한 은행 영업점에 부모가 직접 방문하면 통장 내역 조회와 각종 관리가 가능합니다. 어느 지점이든 동일 은행이라면 대부분 조회가 가능하지만, 처음 개설한 지점에 가면 조금 더 수월한 경우가 많습니다.
준비하면 좋은 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방문하는 부모님의 신분증: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 자녀의 기본증명서(상세): 주민등록번호와 가족관계가 명확히 표시된 서류
- 가족관계증명서(상세): 부모-자녀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
- 자녀의 도장(선택): 조회만 한다면 필수는 아니나, 자동이체 신청 등 추가 업무 시 요구될 수 있음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는 주민센터, 정부24에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간혹 주민등록등본만으로도 되는 경우가 있지만, 은행마다 요구 서류가 다를 수 있어 “상세” 서류 두 가지를 함께 준비해 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은행에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해 줍니다.
- 현재까지 납입된 총 금액
- 납입 회차와 납입 내역
- 가입일 및 가입 기간
- 자동이체 설정 여부와 금액
실제 창구에 앉아 직원과 함께 화면을 보며 설명을 듣다 보면, 인터넷에서 글로만 보던 내용보다 훨씬 이해가 잘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가 아직 어리다면, 한 번쯤은 시간을 내어 직접 방문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온라인·모바일 앱 조회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미성년 자녀의 청약통장을 부모가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 앱으로 바로 조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제한적입니다. 다만, 몇몇 은행에서는 사전에 지점에서 신청을 하면 부모 명의의 인증서를 통해 자녀 계좌를 조회·납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경우에는 다음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부모가 신분증과 가족관계 확인 서류를 지참하고 해당 은행 지점을 방문
- “미성년 자녀 계좌 대리 조회·관리 신청” 또는 유사한 명칭의 서비스 신청
- 이후 부모 명의의 공동인증서로 인터넷뱅킹·모바일 앱에서 자녀 청약통장 조회 및 납입 가능
은행마다 제공 여부와 절차가 조금씩 다르므로, 방문 전에 해당 은행 고객센터에 문의해 “미성년 자녀 청약통장 온라인 조회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신청이 필요한지”를 확인해 두시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녀 청약통장 ‘명의 변경’은 가능한가
많은 부모님들이 “이 통장을 나중에 애 이름으로 바꿀 수 있나요?”, “둘째에게로 명의를 옮기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예금 통장과 달리, 개인의 청약 자격과 직접 연결되는 통장이라 명의 이전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자녀가 성인이 되는 경우: 명의 변경이 아니라 ‘본인 관리 시작’
자녀가 만 19세가 되면, 그동안 부모가 법정대리인으로 관리하던 청약통장을 본인이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통장 주인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명의의 통장을 자녀 스스로 관리·조회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성인이 된 자녀가 신분증을 지참하고 청약통장 개설 은행에 방문
- 본인 확인 후 인터넷뱅킹·모바일 앱 등록 및 비밀번호 재설정 등 진행
- 기존 납입 회차, 금액, 가입 기간 등 모든 이력은 그대로 유지
어릴 때부터 조금씩 납입해 두었던 기록이 고스란히 쌓여 있기 때문에, 자녀에게 “이 통장은 네가 어릴 때부터 준비해 둔 내 집 마련 준비 통장이다”라고 설명해 주면, 자연스럽게 경제 관념을 이야기할 기회도 생깁니다.
부모 명의 통장을 자녀 명의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
자녀를 위해 미리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부모 이름으로 청약통장을 만들어 두고, 나중에 자녀 앞으로 명의를 옮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러나 청약통장은 주민등록번호 1인당 1계좌 원칙이 적용되며, 그 자격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습니다.
- 부모 명의로 개설된 청약통장은 끝까지 부모의 청약통장으로 남습니다.
- 자녀에게 명의를 넘기거나 변경하는 절차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자녀를 위한 청약을 준비하고 싶다면, 결국 자녀 주민등록번호로 된 새로운 청약통장을 따로 개설해야 합니다. 부모 명의 통장은 부모 본인이 계속 유지하거나, 필요에 따라 해지하여 다른 금융 계획에 활용하시면 됩니다.
형제자매 간에 통장을 넘기는 것도 불가능
첫째 이름으로 만들어 둔 청약통장을 둘째에게 넘겨주고 싶다는 문의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사람에게 자격을 양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습니다.
- 첫째 명의 청약통장은 첫째의 청약 자격과 연결됩니다.
- 둘째를 위해서는 둘째 이름으로 새로운 청약통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족 안에서 돌려 쓰는 개념이 아니라, 각 개인마다 평생 하나씩 갖는 자격 통장이라고 이해하시면 더 헷갈리지 않습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청약통장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그 통장에 쌓인 “청약 자격”은 다른 사람에게 승계되지 않습니다. 대신 그동안 납입해 온 원금과 이자는 상속 재산이 되어 상속인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 사망 신고 후 은행에서 청약통장은 해지 처리
- 해지된 원금과 이자는 상속 절차에 따라 상속인에게 지급
- 납입 회차, 가입 기간 등 청약 이력은 다른 가족에게 이전되지 않음
따라서 “부모 통장에 쌓은 청약 기간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방식은 현재 제도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계시면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녀 청약통장을 조금 더 똑똑하게 관리하는 방법
막연히 “일단 만들어 두면 좋다더라”라는 말만 듣고 시작하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쉽습니다. 몇 가지 핵심 포인트만 알면, 같은 통장이라도 훨씬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가입 시기와 납입 기간이 중요합니다
주택 청약 가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통장 가입 기간”입니다. 그래서 자녀가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실제 청약 단계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납입 회차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반적으로 매월 최소 2만 원 이상을 꾸준히 납입하면 회차가 인정되는데, 월 10만 원까지의 납입분만 가점 산정에 반영되는 구조가 많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10만 원까지, 부담된다면 최소 금액이라도 꾸준히 넣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납입 금액 조정과 활용 방법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 상황에 따라 납입액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몇 가지를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 가점 산정은 월 10만 원까지의 납입만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 10만 원을 초과해 넣더라도, 나중에 더 큰 금액의 주택을 청약할 때는 총 납입금액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 중간에 납입을 쉬는 것보다는, 적은 금액이라도 회차를 꾸준히 채우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생활비가 빠듯한 시기에는 최소 금액으로 유지하고, 여유가 생기면 증액하는 식으로 조절해 가면 부담을 줄이면서도 이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청년우대형 전환과 세제 혜택도 확인하기
자녀가 청년기에 접어들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소득과 나이, 무주택 여부 등의 조건을 만족하면 이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나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조건은 시기마다 세부 규정이 바뀌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 전환 시점에는 은행이나 국세 관련 안내를 통해 최신 기준을 다시 확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녀와 함께 통장을 보며 경제 교육의 기회로 활용하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통장을 함께 들여다보며 “네 이름으로 된 집 준비 통장”이라는 이야기를 한 번쯤 꺼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매달 얼마씩, 몇 년 동안 모아왔는지, 이 통장이 나중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해 주면 자연스럽게 돈의 흐름과 목표를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작은 금액을 오래 모으는 일상이지만, 자녀에게는 “시간을 들여 준비한다”는 감각을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 스스로 청약통장을 관리하게 되는 순간, 그동안 부모가 묵묵히 쌓아 온 시간과 정성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