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공기가 훅 끼쳐오고, 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모터바이크 경적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습니다. 첫 베트남 여행이라 들뜬 마음으로 나섰지만, 정작 필요한 것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햇볕이 얼마나 강한지 선크림을 대충 바르고 나갔다가 하루 만에 팔이 벌겋게 익어버렸고, 현지 ATM 수수료를 미리 알아보지 않아 괜한 돈을 더 쓰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시행착오 덕분에 다음 여행부터는 체크리스트를 꼼꼼히 만들어 두고, 떠나기 전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 여행을 준비할 때 꼭 챙기면 좋은 준비물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필요한 부분만 골라 보시고, 본인 일정과 스타일에 맞게 조정해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필수 서류와 돈 준비

베트남 여행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서류와 돈입니다. 한 번 빠뜨리면 현지에서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출국 전 최종 점검이 꼭 필요합니다.

  • 여권: 귀국 예정일 기준으로 유효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남았는지 확인합니다. 표지와 신원 정보 페이지가 찢어지거나 심하게 훼손된 경우 탑승을 거부당할 수 있으니 상태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 비자: 한국인은 현재 기준으로 베트남 무비자 체류 기간이 45일로 확대되어, 그 이내 일정이라면 별도 비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체류 기간이 길어지거나, 정책이 수시로 바뀔 수 있으므로 출국 전 베트남 대사관 또는 공식 안내를 통해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항공권·숙소 바우처: 전자 바우처만 있어도 충분한 경우가 많지만, 입국 심사나 호텔 체크인 시 인쇄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중요한 예약 내역은 캡처해서 휴대폰에 저장하고, 가능하면 인쇄본도 한 부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 여행자 보험 증서: 해외에서 갑자기 병원에 가게 되면 생각보다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험 가입 증서와 비상 연락처를 휴대폰과 이메일, 인쇄본 세 가지 형태로 보관해 두면 긴급 상황에서 바로 찾기 수월합니다.

  • 신분증: 여권 외에 한국 운전면허증 또는 주민등록증을 하나 더 챙겨 두면, 귀국 후 본인 확인이 필요할 때나 분실 상황에서 유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지에서는 여권을 공식 신분증으로 사용합니다.

  • 국제 운전면허증: 베트남에서는 국제 운전면허증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히 오토바이는 법·보험 문제가 복잡해 실제로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렌트를 고려하고 있다면, 안전과 법적 리스크를 충분히 감안하고 현지 교통 상황을 잘 아는 동행과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 신용카드·체크카드: 해외 결제가 가능한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브랜드를 최소 2개 이상 준비하면 분실·한도 문제 발생 시 대처가 쉽습니다. 출국 전에 해외 사용(출금·결제) 가능 여부와 일일/월 한도를 꼭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 현금 (베트남 동, USD): 소규모 식당이나 시장에서는 현금 결제가 일반적입니다. 베트남 동(VND)은 소액권 위주로 준비해 택시, 길거리 음식, 팁 등에 사용하고, 미국 달러(USD)는 비상용 혹은 일부 고액 결제용으로 소량만 챙겨가도 충분합니다. 큰 금액 현금은 가급적 숙소 금고에 보관합니다.

  • 여권 사본·사진: 분실 대비용으로 여권 사진 면을 복사해 가방에 따로 넣어두고, 휴대폰과 클라우드에도 스캔본을 저장해 두면 영사관 방문 시 도움이 됩니다.

기후에 맞는 의류와 액세서리

베트남은 전반적으로 덥고 습한 기후지만, 지역과 계절에 따라 비와 일교차가 꽤 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특히 에어컨이 강하게 나오는 실내와 뜨거운 야외를 번갈아 이동하다 보면 금세 피로해지기 때문에 상황별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반팔·민소매 상의: 통기성이 좋은 면이나 기능성 소재 위주로 여러 벌 준비합니다. 땀이 빨리 마르는 옷이면 빨래를 해도 금방 말라서 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얇은 긴팔 셔츠·카디건: 사원이나 성당 방문 시 노출이 과한 옷은 제한될 수 있어 긴팔이 필요합니다. 또한 강한 햇빛 차단과 실내 에어컨 바람 대비용으로 한두 벌 챙기면 유용합니다.

  • 반바지·치마, 긴바지: 시내 구경용으로 편한 반바지나 치마를 준비하되, 모기와 햇빛을 동시에 피하고 싶다면 얇은 긴바지도 한두 벌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 속옷·양말: 습도가 높아 땀을 많이 흘리게 되므로 여유 있게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발에 땀이 많다면 통풍이 잘 되는 양말을 준비하면 도움이 됩니다.

  • 수영복과 비치웨어: 다낭, 나트랑, 푸꾸옥 등 해변 도시를 방문한다면 수영복은 필수입니다. 호텔 수영장도 드레스 코드가 있는 곳이 있어, 최소 한 벌은 꼭 챙기는 것을 권장합니다.

  • 모자·선글라스·스카프: 햇볕이 강한 시간대에 이동할 계획이라면 챙이 넓은 모자가 특히 도움이 됩니다. 스카프나 얇은 숄은 어깨를 가려야 하는 사원 방문 시에도 유용합니다.

  • 샌들·슬리퍼, 편한 운동화: 바닥이 미끄러운 곳이 많아 밑창이 미끄럽지 않은 샌들이 좋습니다. 장시간 걷는 일정이 있다면 가벼운 운동화나 트레킹화 한 켤레는 꼭 필요합니다.

  • 우비·작은 우산: 특히 우기 시즌에는 예고 없이 스콜성 비가 내리는 경우가 잦습니다. 접이식 우산이나 얇은 우비 하나쯤은 가방에 항상 넣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세면도구와 위생용품

대부분의 호텔에서 기본적인 세면도구를 제공하지만, 평소 사용하던 제품을 가져가면 피부 트러블을 줄이고 여행 중 컨디션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 칫솔·치약: 호텔에 비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어 개인용을 챙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 샴푸·린스·바디워시: 여행용 소분 용기에 덜어가면 짐을 줄일 수 있습니다. 모발이나 피부가 예민하다면 특히 본인이 쓰던 제품을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 선크림: SPF 50 이상, 자외선 차단 지수가 높은 제품을 추천합니다. 땀이나 물에 쉽게 지워지기 때문에 외출 전 듬뿍 바르고, 2~3시간 간격으로 덧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 보습제·애프터 선 제품: 햇볕에 노출된 후에는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니, 로션이나 수분크림, 알로에 젤 등을 챙겨두면 화끈거림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기초 화장품과 최소한의 메이크업 제품: 날씨가 더워 평소보다 가벼운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 편합니다. 스킨, 로션, 선크림, 쿠션 또는 가벼운 파운데이션 정도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 렌즈 용품: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경우 여분의 렌즈와 렌즈 세척액, 렌즈 케이스를 잊지 말고 챙깁니다. 고온 상태에 오래 두면 변질될 수 있으니 직사광선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립밤, 빗, 간단한 헤어 제품: 에어컨 바람과 햇볕 때문에 입술과 머릿결이 쉽게 건조해질 수 있습니다.

  • 여성용품: 일정과 상관없이 평소 사용하는 제품을 여유 있게 챙기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현지에서도 구입 가능하지만,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을 수 있습니다.

  • 손 소독제, 물티슈·휴지: 길거리 음식이나 현지 식당을 이용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휴지는 화장실에 비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작은 롤이나 휴대용을 꼭 챙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 모기 퇴치제 및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 특히 하노이, 호이안, 호치민 외곽이나 강 근처에 갈 계획이 있다면 필수입니다. 노출 부위에 미리 뿌려두면 여행 내내 훨씬 편안합니다.

상비약과 건강 관리

현지 약국에서도 약을 구입할 수 있지만, 성분을 확인하기 어렵고 안내를 제대로 듣기 힘들 수 있습니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약은 한국에서 꼭 챙겨가는 것이 좋습니다.

  • 개인 복용 약: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복용 주기보다 넉넉하게 챙기고, 가능하다면 영문 처방전이나 약 이름을 메모해 두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도움이 됩니다.

  • 진통제·해열제: 기온 차이와 피로로 두통이나 미열이 날 때 바로 복용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 소화제·지사제: 길거리 음식이나 향신료가 강한 요리를 먹다 보면 배탈이 날 수 있습니다. 속이 예민한 편이라면 특히 필수입니다.

  • 밴드·연고: 샌들이나 새 신발을 신고 오래 걸으면 물집이 잡히기 쉽습니다. 작은 상처라도 덥고 습한 환경에서는 감염 위험이 있어 바로 소독하고 밴드를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 멀미약: 배를 타거나, 산길·장거리 버스 이동이 포함된 일정이라면 챙겨두는 편이 마음이 놓입니다.

  • 감기약·목캔디: 실내 에어컨이 강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목이 쉽게 칼칼해질 수 있습니다. 초기 증상일 때 바로 먹을 수 있도록 간단한 감기약을 준비하면 좋습니다.

전자기기와 충전 용품

지도, 번역, 차량 호출, 결제까지 대부분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하는 시대이지만, 정작 충전 관련 준비를 소홀히 해서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트남은 대체로 220V 전압에 한국과 비슷한 콘센트 타입(C, F형)을 사용하지만, 숙소에 따라 모양이 다른 경우도 있어 최소한의 대비는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스마트폰과 충전기: 충전 케이블을 1개만 가져가면 분실 시 곤란해질 수 있어, 짧은 케이블과 긴 케이블을 각각 한 개씩 준비하면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보조 배터리: 야외 활동이 많은 여행 특성상 배터리가 금세 줄어듭니다. 용량이 넉넉한 보조 배터리를 하나 이상 준비하고, 비행기 탑승 시에는 반드시 기내 반입 수하물에 넣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 멀티 어댑터·변환 플러그: 대부분 한국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낡은 숙소나 콘센트 모양이 다른 숙소를 대비해 범용 멀티 어댑터 하나쯤 챙기면 마음이 편합니다.

  • 이어폰·헤드폰: 비행기나 버스 이동 중, 숙소에서 쉬면서 영상을 볼 때 유용합니다.

  • 카메라와 여분 배터리·메모리 카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라면 스마트폰과 별도로 카메라를 가져가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메모리 카드 여분을 준비해 두면 사진 정리에 여유가 생깁니다.

  • 방수팩·셀카봉·간단한 삼각대: 호이안, 나트랑, 푸꾸옥처럼 물놀이를 자주 하게 되는 지역에서는 방수팩이 있으면 휴대폰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좋아하신다면 셀카봉이나 미니 삼각대도 만족도를 높여줍니다.

있으면 든든한 기타 준비물

꼭 필수는 아니지만, 한두 번 베트남을 다녀보고 나면 다음에는 꼭 챙기게 되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짐이 너무 많아지지 않는 선에서, 본인의 여행 스타일에 맞게 선택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 작은 배낭·크로스백: 하루 일정에서 필요한 물건만 넣고 다닐 수 있는 데이팩이 있으면 편리합니다. 가방은 가능한 한 앞쪽으로 메고, 지퍼를 항상 닫아두는 습관을 들이면 소매치기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재사용 쇼핑백: 마트나 편의점에서 물, 간식, 과일 등을 구매할 때 유용하고, 빨래를 분리해 넣거나 짐을 정리할 때도 쓸 수 있습니다.

  • 휴대용 선풍기: 한낮 더위를 견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야외 관광이나 시장 구경이 많은 일정이라면 체감 피로도를 확 줄여줍니다.

  • 빨랫줄·집게, 지퍼백·방수 파우치: 가볍게 손빨래를 해서 숙소 베란다나 욕실에 널어두면 옷을 많이 가져가지 않아도 됩니다. 지퍼백은 젖은 옷이나 액체류 보관, 현지 화폐 정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목베개·안대·귀마개: 장거리 이동 시 잠을 얼마나 잘 자느냐에 따라 여행 첫날 컨디션이 달라집니다. 야간 비행이나 야간 버스를 이용하는 일정이라면 거의 필수에 가깝습니다.

  • 책·전자책 리더기: 카페나 숙소에서 보내는 여유 시간에 간단한 독서를 즐기면 여행의 결이 조금 더 느긋해집니다.

  • 물통·텀블러: 현지에서 생수를 구매해 리필해 쓰면 플라스틱 쓰레기도 줄이고, 언제든 물을 가지고 다닐 수 있어 좋습니다.

  • 작은 자물쇠: 호스텔 락커를 사용할 때나, 버스 이동 시 캐리어 지퍼를 잠가둘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작은 손전등 또는 휴대폰 라이트 활용: 골목이 어둡거나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해 하나쯤 준비해 두면 안심이 됩니다.

  • 볼펜·메모지: 입국 카드 작성, 간단한 주소나 가격 메모, 체크아웃 시간 기록 등 생각보다 자주 손이 갑니다.

출발 직전 최종 점검

짐을 모두 싸두고 나면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짧은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하나씩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몇 번 여행을 다녀보니, 아래 항목만 잘 점검해도 큰 문제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 항공권·숙소 예약 확인: 출발·도착 시간, 공항 터미널, 숙소 주소와 체크인 시간 등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숙소 주소는 택시 기사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베트남어 주소를 캡처해 두면 편리합니다.

  • 환전 상태 점검: 베트남 동과 비상용 달러, 그리고 카드 사용 계획을 다시 정리해 봅니다. 첫날 교통비와 간단한 식사비 정도는 현금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지갑에 미리 나누어 넣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통신 수단 준비: 로밍을 할지, 현지 유심이나 eSIM을 사용할지 미리 결정합니다. 공항에서 유심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도착 후 바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앱들은 출국 전에 미리 설치해 두면 좋습니다.

  • 해외 결제 카드 및 한도 확인: 카드 도난 방지를 위해 메인 카드와 예비 카드를 서로 다른 가방에 보관해 두면 위험 분산에 도움이 됩니다.

  • 여행자 보험 가입 여부 및 증서 확인: 가입 내역, 보장 범위, 긴급 의료지원 연락처를 확인하고, 휴대폰에 사진과 파일 형태로 저장해 두면 만일의 상황에서 빠르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 필수 앱 설치: 지도 앱, 번역 앱, 차량 호출 앱(예: 현지에서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 환율 계산기 정도는 미리 깔아두면 현지에서 길 찾기와 이동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 가족·지인에게 일정 공유: 숙소 이름, 대략적인 동선, 연락 가능한 메신저 계정 등을 미리 알려두면, 혹시 연락이 잠시 닿지 않는 상황이 생겨도 서로 안심할 수 있습니다.

  • 집 정리와 안전 점검: 장기간 집을 비운다면 가스 밸브와 콘센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냉장고 속 쉽게 상하는 음식은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 베트남을 찾았을 때는 사소한 것을 하나하나 놓치면서 아쉬운 순간이 많았지만, 준비만 잘해도 같은 도시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폭우가 쏟아져도 우비 하나 꺼내 입고 다시 걸어 나갈 수 있고, 갑자기 배탈이 나도 익숙한 약 하나로 금세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여행의 여유와 안정감은 작은 준비물에서 시작되니, 본인의 스타일에 맞게 이 목록을 가볍게 손보고, 출발 전 한 번만 더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