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두 번, 큰마음 먹고 컴퓨터를 새로 정리하는 날이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온종일 숫자를고 씨름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 숙제를 봐주다 보면, 느려진 컴퓨터만큼 답답한 것도 없습니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포맷을 결심하지만, 사실 고된 과정은 운영체제를 설치하는 것보다 그 이후에 시작됩니다. 각종 드라이버부터 필수 유틸리티까지, 비어있는 컴퓨터를 다시 쓸모 있게 채워나가는 과정은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이때마다 저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던 존재가 바로 ‘네이버 소프트웨어’ 서비스였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할지 막막할 때, 혹은 악성코드 걱정 없이 안전한 파일을 내려받고 싶을 때마다 의심 없이 찾아가던 곳이었습니다. 카테고리별로 잘 정리된 수많은 프로그램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시간을 크게 절약해 주었습니다. 네이버 소프트웨어 자료실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허무하게 사라진 편의성, 네이버 소프트웨어
몇 년간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던 이 서비스는 아쉽게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공식적인 서비스 종료일은 작년 8월 31일로, 네이버는 소프트웨어 탐색 및 다운로드 패턴의 변화를 서비스 종료의 주된 이유로 밝혔습니다. 사용 환경이 변했으니 그에 맞춰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설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사용자 패턴이 변했다면, 그 변화에 발맞춰 서비스를 개선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공개 자료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처럼 주기적으로 PC 환경을 재설정하거나,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가 필요한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찾을 수 있는 창구로서 네이버 소프트웨어가 가진 가치는 매우 컸습니다. 이제는 대안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믿고 쓸 수 있는 대안을 찾아서
문제는 네이버 소프트웨어의 빈자리를 대체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과거 인터넷 세상을 풍미했던 ‘다음 자료실’이나 ‘심파일’ 같은 굵직한 서비스들도 이미 오래전에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수많은 자료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이제는 명맥을 유지하는 곳을 찾기조차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샅샅이 찾아본 결과, 여전히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신뢰를 주는 두 곳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보물닷컴: 추억과 현재가 공존하는 자료실
오랜만에 보물닷컴(software.dreamwiz.com)에 접속했을 때, 마치 잊고 지냈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과거 ‘보물섬’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했던 이곳은 드림위즈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자료실입니다. 네이버 자료실이 활성화된 이후로는 한동안 잊고 지냈지만, 다시 찾아간 보물닷컴은 기대 이상으로 잘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최신 업데이트가 필요한 프로그램은 물론, 다양한 카테고리의 유틸리티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기 편리했습니다. 인터페이스 또한 직관적이고 깔끔하여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명성을 넘어 현재에도 충실하게 운영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자주 찾게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케이벤치 다운로드 센터: 깊이 있는 아카이브
케이벤치(kbench.com/software/)는 하드웨어 소식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부터 즐겨 찾던 곳입니다. 당시 이곳의 다운로드 센터는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를 자랑했기에 많은 사람이 애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케이벤치는 방대한 소프트웨어 자료를 보유한 훌륭한 아카이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케이벤치의 가장 큰 장점은 최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오래된 버전의 자료까지 찾아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 구버전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케이벤치의 자료실은 그야말로 보물창고나 다름없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데이터는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깊이를 제공하며, 신뢰할 수 있는 다운로드 링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새로 설정할 때마다 겪었던 막막함이 이 두 곳 덕분에 상당 부분 해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