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번호로 전화가 오고, 받자마자 “채무자 본인 맞으십니까?”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리가 하얘졌던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떤 이유로 이런 연락을 받는지 알 수가 없어서 한동안 멍하니 수화기를 들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법이나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상대가 말하는 대로만 들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서야 하나씩 알아보니, 채무자라고 해서 무조건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쓰는 이야기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새한신용정보와 같은 채권추심 회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차근차근 정리한 것입니다.
새한신용정보는 어떤 곳인지 이해하기
새한신용정보 주식회사는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채권을 양도받아, 대신 받아내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신용정보회사입니다. 쉽게 말해서, 은행이나 카드사, 캐피탈사 등이 “받지 못한 돈”을 새한신용정보 같은 회사에 넘기면, 그때부터는 새한신용정보가 채권자 입장에서 돈을 받아내려고 연락을 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새한신용정보가 직접 돈을 빌려준 곳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래 돈을 빌려준 곳은 따로 있고, 그 채권을 넘겨받아 추심(돈을 받아내는 행위)을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회사라는 점을 먼저 이해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락이 왔다면 가장 먼저 할 일: 사실관계부터 확인하기
새한신용정보에서 전화, 문자, 우편 등의 형태로 연락이 오면, 처음부터 “알겠다, 갚겠다”라고 대답하기보다는, 일단 이 채무가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연락이 왔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인정하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내용을 차분히 요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채무의 원인: 어떤 상품인지 (신용카드 결제금, 카드론, 현금서비스, 신용대출, 학자금대출, 통신요금 등)
- 원 채권자: 원래 돈을 빌려준 기관(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통신사 등)이 어디인지
- 채무 발생 일자: 최초로 채무가 생긴 날과 마지막으로 결제나 거래를 한 날
- 원금과 이자: 현재 기준으로 원금이 얼마이고, 이자와 연체료가 얼마인지
- 채권 양도 일자: 새한신용정보가 이 채권을 언제 넘겨받았는지
- 현재 채권액 상세 내역: 원금, 지연이자, 수수료, 기타 비용이 각각 얼마인지 구분된 내역
이런 내용을 단순히 전화로 말로만 듣는 것보다는, 서류로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채무 상세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주십시오.”처럼 정중하게 요청하면 됩니다. 문자나 이메일로 받게 되는 경우에도,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꼭 보관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소멸시효라는 개념 이해하기
채무가 있다고 해서 영원히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법에는 채권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법적으로 그 채무를 강제로 받아낼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집니다. 다만 스스로 갚겠다고 마음먹고 갚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일반적인 금융채권(카드대금,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소멸시효는 통상 5년인 경우가 많지만, 구체적인 상품이나 약정, 관련 법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판결이나 지급명령이 확정된 경우에는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 채무자가 채무를 인정하는 행동을 하거나 일부라도 상환을 하면 시효가 새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섣불리 “알겠다, 언젠가 갚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소멸시효가 지났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대응하기
채무 발생 시기, 마지막 거래일, 그 이후에 소송이나 지급명령 등이 있었는지를 확인해보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을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은 법률 전문가에게 확인받는 것이 좋습니다만, 기본적인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멸시효가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면 다음 사항을 신중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 채무를 인정하는 말이나 행동을 피하기: “조만간 갚겠다”, “미안하다”, “지금은 없지만 나중에 조금씩 갚겠다” 같은 말은 시효를 다시 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소액이라도 임의 변제를 하지 않기: 만 원, 이만 원이라도 일부 변제를 하면, 그 행동 자체가 채무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어 시효가 새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 소멸시효 완성 주장 검토: 실제로 시효가 완성되었다면, “해당 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더 이상 변제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내용증명 우편 등으로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법률적인 판단이 필요하므로,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용회복위원회, 변호사나 법무사와 상담해 정확히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오래됐으니까 다 없어진 거겠지”라고 생각하고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소송이 제기되거나 판결이 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멸시효가 아직 살아 있는 채무인 경우의 선택지
채무가 아직 유효하고, 소멸시효도 완성되지 않았으며, 소송 등으로 이미 더 강한 권리가 인정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현실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방향을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 전액 상환이 가능한 경우
당장 전액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 가장 단순한 해결 방법입니다. 이때 새한신용정보와 상환 방식을 논의하면서, 연체이자나 일부 비용에 대한 감면을 요청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채권자 입장에서는 한 번에 상환을 받는 대신 일부 이자나 연체료를 조정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액 상환을 할 때에는, 돈을 보낸 후 “채무 전액을 변제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완제증명서, 채무변제 확인서 등)를 꼭 요청해야 합니다. 나중에 비슷한 채권이 다시 문제 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2. 분할 상환으로 조정하는 경우
한 번에 갚기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나누어 갚는 방법을 협의할 수 있습니다. 이때 몇 가지를 조심해야 합니다.
- 월 소득과 지출을 솔직하게 계산해서, 무리 없는 금액을 정하기
- 이자율 인하, 연체료 감면, 일부 비용 조정 등을 부탁해보기
- 전화로만 이야기하지 말고, 합의한 내용을 문자, 이메일, 팩스, 우편 등 서면으로 받아두기
- 분할 상환을 모두 마치면 채무가 완전히 정리된다는 내용과, 이후에 추가 청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두기
말로만 “이렇게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약속은 나중에 기억이 다르게 남거나, 담당자가 바뀌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문서로 남긴 기록은 분쟁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3.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채무조정 제도 활용
현재 소득과 생활비를 고려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도 온전히 갚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상황이라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채무조정 제도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제도가 있습니다.
- 신용회복위원회 제도: 개인워크아웃, 프리워크아웃 등으로 불리는 제도로, 이자 감면, 상환 기간 연장, 원금 일부 조정 등을 통해 현실적인 상환 계획을 세우도록 도와줍니다. 전화 상담(1600-5500)을 통해 절차와 자격 요건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 법원을 통한 절차: 법원에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는 소득, 재산, 부채 규모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진행되며, 변호사나 법무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제도는 단순히 “빚을 없애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가능한 범위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성실하게 상환하도록 돕는 장치입니다. 다만 개인파산처럼 일부 제도는 향후 경제 활동과 신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충분히 설명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추심 과정에서 지켜야 할 법과 예의
채권추심 회사라고 해서 무제한으로 압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서는 어떤 추심 행위가 허용되고, 어떤 것은 금지되는지 기준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이를 알면, 상대방의 행동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불법 추심 행위
다음과 같은 행동들은 법에서 금지하는 대표적인 불법 추심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심야나 새벽 시간의 반복적인 연락: 특별한 사유 없이 오후 9시 이후나 오전 8시 이전에 전화를 계속하거나, 자주 찾아오는 행위
- 욕설, 인격 모독, 협박: 모욕적인 말, 고성, 위협적인 표현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행위
-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을 알려주는 행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벌금, 형사처벌 가능성 등을 과장하거나, 법 절차를 왜곡해서 알려주는 경우
- 가족, 직장 동료 등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 채무자가 아닌 사람에게 빚 문제를 퍼뜨려 체면을 깎는 방식의 압박
- 대리 변제 요구: 채무자가 아닌 사람에게 “대신 갚으라”고 요구하는 행위
- 지속적인 공포감 조성: 집 주변을 서성이거나, 문 앞에 위협적인 문구를 남기는 등 불안감을 주는 행동
이와 같은 행동이 반복되면, 단순한 민원 제기를 넘어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불법 추심이 의심될 때 대처 방법
상대의 행동이 도를 넘는다고 느껴진다면, 감정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싸우기보다는, 차분히 증거를 남기고 정식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합니다.
- 통화 녹음: 전화로 대화할 때, 가능한 한 모든 통화를 녹음해두기
- 문자, 메신저 보관: 협박성 문구, 모욕적 표현이 담긴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고 캡처 및 저장
- 방문 시 기록: 방문 날짜, 시간, 말한 내용, 행동 등을 메모하거나 가능하다면 영상으로 남기기
이렇게 모아둔 자료는 나중에 금융감독원이나 경찰에 신고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금융감독원(1332)에서는 채권추심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불법 추심이 의심되는 상황에 대해 상담과 조치를 안내해줍니다. 위협이나 폭력이 동반된 심각한 상황이라면, 지체하지 말고 경찰(112)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선택도 중요합니다
채권과 채무 문제는 단순한 돈 문제를 넘어, 법률과 제도가 얽혀 있는 복잡한 영역입니다. 스스로 인터넷 정보만 보고 판단하다가, 소멸시효를 되살리거나 불리한 합의를 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황이 조금만 복잡하다 싶으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대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신용회복위원회: 다중 채무, 연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을 대상으로, 채무조정 상담과 제도 신청을 도와줍니다. 전화번호는 1600-5500이며,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 대한법률구조공단: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 상담과 소송 지원을 제공합니다. 전화번호는 132입니다.
- 금융감독원: 채권추심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금융회사와의 분쟁 등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는 1332입니다.
- 변호사, 법무사: 개인회생, 개인파산, 소송 대응, 내용증명 작성 등 보다 전문적인 절차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혼자 끙끙 앓다가 더 큰 문제로 키우는 것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함께 찾는 편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한신용정보와 같은 채권추심 회사에서 연락이 온 순간, 누구나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연락이 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채무 내용이 정확한지, 법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하나씩 확인하면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 나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감정적으로 휘둘리기보다는 기록을 남기고, 필요한 곳에 도움을 구하는 태도가 큰 힘이 되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