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방 정리를 한다고 마음먹고 큰 리빙박스를 몇 개 사 온 적이 있습니다. 분명 치우려고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이걸 왜 가지고 있었지?’ 싶은 물건들이 쏟아져 나와서 멍하니 앉아 바라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느꼈던 건, 정리는 그냥 물건을 박스에 우겨 넣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박스를 고르느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정리해 내보내느냐, 그리고 다시 찾기 쉽게 넣어두는 순서까지 신경 써야 정말 편해진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리빙박스는 단순히 물건을 숨기는 도구가 아니라, 생활 패턴을 정리해 주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 안에 굴러다니는 물건들이 어느 박스로 들어갈지 자리를 찾아주면, 다음부터는 찾느라 허비하는 시간이 훨씬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몇 가지 기준만 잘 기억해 두면 집이 훨씬 정돈된 공간으로 바뀝니다.

리빙박스를 고를 때 먼저 생각해야 할 것들

리빙박스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무엇을 넣을지, 어디에 둘지, 얼마나 자주 꺼낼지입니다. 이 세 가지만 정리해도 엉뚱한 크기의 박스를 사거나, 지나치게 무거운 박스를 들고 고생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수납할 공간의 가로, 세로, 높이를 줄자나 자를 이용해 미리 재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선반 안, 옷장 안, 침대 밑 공간은 생각보다 높이가 낮거나 깊이가 애매한 경우가 많아서, 아무 생각 없이 박스를 사면 몇 센티미터 차이로 안 들어가는 일이 생깁니다. 박스 폭과 높이보다 1~2cm 정도는 여유를 두고 골라야 실제로 넣고 빼기 편합니다.

투명 플라스틱 리빙박스의 기본적인 장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단단한 플라스틱 재질의 투명 리빙박스입니다. 이 박스의 가장 큰 장점은 내용물을 겉에서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라벨을 붙이지 않고도 대충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있고, 먼지와 습기, 가벼운 충격으로부터 물건을 어느 정도 보호해 줍니다.

투명 플라스틱 박스는 여러 개를 위로 쌓을 수 있도록 상단과 하단 모양이 맞게 설계된 경우가 많습니다. 책, 계절 옷, 아이 장난감, 주방에서 잘 쓰지 않는 도구, 남는 식료품, 각종 문서 등 다양한 물건을 넣기 좋습니다. 물티슈나 중성세제를 이용해 쉽게 닦을 수 있기 때문에, 창고나 다용도실처럼 먼지가 잘 쌓이는 공간에서도 관리가 수월합니다.

코멕스, 락앤락, 이케아의 일부 제품군, 다이소 등 여러 브랜드에서 비슷한 형태의 플라스틱 리빙박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마다 뚜껑 결착 방식이나 내구성,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열고 닫아 보거나, 온라인 상세 사진을 보고 구조를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앞에서 여닫는 문형·서랍형 리빙박스의 활용

리빙박스를 여러 단으로 쌓아 두면 공간은 절약되지만, 아래쪽 박스를 꺼낼 때마다 위에 있는 박스를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앞문형 또는 서랍형 구조의 리빙박스입니다. 이런 형태의 박스는 박스를 계속 쌓아 둔 상태에서도 앞면 문이나 서랍만 열어 필요한 물건을 꺼낼 수 있습니다.

이 구조는 특히 다음과 같은 곳에 잘 어울립니다.

  • 옷장 안에서 옷을 접어 보관할 때
  • 주방 팬트리에서 식료품이나 주방용품을 나누어 보관할 때
  • 아이 방에서 장난감이나 공예 재료를 정리할 때

일반 서랍장보다 가벼운 경우가 많고, 한 칸씩 나누어 구입했다가 필요할 때 더 쌓아서 확장할 수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한샘, 코멕스 등에서 이런 구조의 수납용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고, 리빙박스 전문 브랜드에서도 각 방 용도에 맞춘 사이즈와 색상으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패브릭·폴딩 리빙박스의 부드러운 수납

부직포, 천, 패브릭 재질로 된 접이식 리빙박스는 내용물이 가득 차 있을 때는 단단하게 모양을 유지하지만,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서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어 박스를 비우게 되면, 접어서 옷장 한 켠이나 침대 밑에 넣어 둘 수 있어 보관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폴딩 리빙박스는 겉면이 부드러워서 옷이나 이불처럼 섬유류를 보관할 때 옷감에 상처를 주지 않고, 미관상 보기에도 부드러운 인상을 줍니다. 색상이나 패턴이 다양한 제품이 많기 때문에, 거실 선반이나 침실 한 구석에 그대로 꺼내 두어도 인테리어 일부처럼 보입니다.

침구류, 계절 옷, 수건, 담요, 잡지처럼 부피는 크지만 무게는 비교적 가벼운 물건을 넣을 때 잘 어울립니다. 이케아의 여러 시리즈, 무인양품, 국내 라이프스타일 편집 브랜드 등에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패브릭 박스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퀴가 달린 리빙박스의 이동성

무거운 물건을 담아야 하거나, 자주 위치를 바꾸는 물건을 보관해야 할 때는 바퀴가 달린 리빙박스가 편리합니다. 손잡이를 잡고 살짝만 힘을 주어도 미끄러지듯 이동하기 때문에, 바닥을 끌어서 긁을 걱정도 줄어듭니다.

특히 침대 밑, 소파 밑, 옷장 아래처럼 손이 잘 닿지 않는 공간에 넣어두고 쓰기 좋습니다. 계절이 지나면 넣어두는 두꺼운 이불, 난방용품과 선풍기 부속품, 크기가 큰 완구나 스포츠 용품 등을 이런 박스에 넣어두면, 필요할 때만 꺼내서 쓰고 다시 밀어 넣기 수월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바퀴형 수납함’이나 ‘이동식 리빙박스’ 등으로 검색하면 크기와 형태가 다양한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사용할 바닥의 재질(마루, 타일, 장판 등)에 맞는 바퀴인지, 잠금 장치가 있는지 등을 함께 확인하면 더 안전하게 쓸 수 있습니다.

정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비우기

새 리빙박스를 사면 일단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한데 모아 넣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꼭 거쳐야 할 과정이 있습니다. 바로 비우기입니다. 이미 필요 없어진 물건까지 전부 박스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겉으로만 정리된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는 잡동사니가 더 단단히 쌓여 버리는 셈이 됩니다.

한 가지 기준을 세워 두면 정리할 때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라면, 다시 꺼내 쓸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것입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면 사진을 찍어서 기록을 남기고, 실물은 정리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상태가 괜찮은 물건은 주변 사람에게 나누어 주거나 기부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물건과 공간의 관계를 먼저 정해 두는 습관

무엇을 어디에 둘지, 정리하기 전에 미리 정해 두면 훨씬 수월합니다. 예를 들어 옷장 안에는 계절 옷과 속옷, 침대 밑에는 이불과 추가 베개, 거실 선반에는 잡지와 리모컨, 게임기 관련 물건 등 어떤 공간에 어떤 성격의 물건을 둘지 먼저 적어 보는 것입니다.

공간을 정한 뒤에는 그 공간의 크기를 재고, 그 안에 들어갈 박스의 수와 크기를 맞추면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박스를 사고 나서 다시 반품하거나, 쓸데없이 남겨 두는 일이 줄어듭니다. 공간에 딱 맞는 박스가 준비되면, 나중에 정리 상태를 유지하기도 훨씬 쉽습니다.

분류하고 나누어 넣는 과정의 중요성

물건을 박스에 넣기 전에 성격이 비슷한 것끼리 분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 상의, 하의, 겉옷, 잠옷처럼 옷 종류별로 분류
  • 양말, 속옷, 운동복처럼 사용 상황별 분류
  • 주방용품, 문구류, 전자기기 관련 물건, 공구류 등 집 안 역할별 분류
  • 아이 장난감, 보드게임, 취미용품 등 활동별 분류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허리를 크게 숙이지 않아도 닿는 위치에 배치하고, 가끔 사용하는 물건은 높은 선반이나 가장 아래 박스에 넣는 식으로 사용 빈도에 따라 위치를 나누면 생활이 훨씬 편해집니다.

라벨링으로 찾는 시간을 줄이기

박스가 투명하더라도 라벨을 붙여 두면 훨씬 정리가 잘 되어 보이고, 가족이나 함께 사는 사람이 봐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라벨에는 가능한 한 간단하고 명확하게 내용을 적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겨울 스웨터’, ‘여름 반바지’, ‘주방 잡화’, ‘프린터 용지와 파일’처럼 한눈에 떠오르는 이름을 붙이면 됩니다. 정리한 날짜를 함께 적어 두면, 나중에 오래된 물건을 정리할 때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라벨 스티커를 사용하거나, 종이에 적어서 테이프로 붙이고, 유성펜이나 잘 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적으면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위로 쌓는 수직 공간 활용법

집 안의 공간은 바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쪽으로도 열려 있습니다. 리빙박스의 장점 중 하나가 위로 쌓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선반이나 옷장 안에 리빙박스를 넣을 때는 선반 높이에 맞는 박스를 골라, 위에 아주 조금만 여유 공간이 남도록 배치하면 시각적으로도 깔끔해 보이고 공간 낭비도 줄어듭니다.

다만 너무 높게 쌓으면 맨 위 박스를 꺼낼 때 위험할 수 있으니, 손을 뻗었을 때 무리 없이 닿는 높이까지만 쌓는 것이 좋습니다. 플라스틱 박스를 사용할 때는 제조사가 안내한 적층 가능한 개수를 참고하거나, 직접 박스를 눌러 보아 변형이 없는 선에서만 쌓아야 합니다.

옷과 패브릭류를 위한 수납 요령

옷이나 이불, 수건처럼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패브릭류는 접는 방식과 보관 방법에 따라 들어가는 양이 크게 달라집니다. 옷을 돌돌 말아 세워 넣는 방식은 부피를 줄이면서도 한눈에 어떤 옷인지 알아보기 좋아 많이 사용됩니다. 계절이 지난 옷은 압축팩에 넣어 부피를 줄인 다음, 리빙박스에 넣어두면 같은 공간에도 더 많은 양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옷을 장기간 보관할 때는 습기를 줄이고 벌레로부터 옷감을 보호하기 위해 제습제나 방충제를 함께 넣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만 옷에 직접 닿지 않도록, 작은 용기를 사용하거나, 안내에 맞게 포장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기성이 어느 정도 있는 패브릭 박스는 옷 보관에 유리한 편이지만, 너무 습한 환경에서는 플라스틱 박스와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작은 잡화와 자주 쓰는 물건을 정돈하는 방법

케이블, 충전기, 이어폰, 각종 어댑터, 펜, 스티커, 메모지, 머리끈 등 작은 물건들은 한 박스에 전부 섞어 넣으면 금세 엉망이 되기 쉽습니다. 이럴 때 박스 안에 작은 칸막이나 파티션을 따로 넣어 구획을 나누면 종류별로 정리가 잘 됩니다.

다양한 크기의 칸막이 용품은 생활용품점이나 온라인몰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칸마다 용도를 정해 두고, 라벨을 붙여 두면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기 훨씬 쉬워집니다. 손이 자주 가는 물건인 만큼, 앞문형이나 서랍형 박스에 보관하면 박스를 모두 꺼내지 않고도 필요한 것만 쉽게 빼 쓸 수 있습니다.

계절 용품과 추억이 담긴 물건을 다루는 법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용하는 물건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장식, 여름용 캠핑 도구, 겨울 난방 용품 등은 평소에는 거의 손이 가지 않는 물건들입니다. 이런 물건은 사용 빈도가 낮으니 일부러 손이 잘 닿는 위치에 둘 필요가 없습니다. 옷장 맨 위 선반이나, 높은 책장 위, 침대나 소파 밑처럼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보관해야 하는 물건은 외부 충격이나 습기에 강한 플라스틱 박스를 사용하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특별히 소중한 기억이 담긴 물건은 하나의 박스를 정해 ‘추억 상자’처럼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때도 라벨을 붙여 두면 어느 박스에 그런 물건이 들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색상과 디자인을 통일했을 때 생기는 효과

리빙박스를 몇 개만 쓰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집 안 여러 공간에 두고 사용할 생각이라면 디자인과 색상을 어느 정도 통일하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시리즈 제품을 여러 개 두면 선반이나 옷장을 열었을 때 한눈에 정리된 느낌을 줍니다. 흰색이나 밝은 회색처럼 무난한 색상은 대부분의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립니다.

아이 방처럼 활기찬 느낌을 주고 싶은 공간에는 색깔이 있는 박스를 일부 섞어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너무 다양한 색을 섞으면 오히려 어수선해 보일 수 있어, 기본 색을 하나 정하고 포인트 색을 1~2가지 정도만 더하는 식으로 조절하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유지하기 위한 점검 습관

정리는 한 번 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생활하면서 조금씩 흐트러진 것을 다시 맞춰 나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처음에 아무리 완벽하게 정리해 두어도, 몇 달이 지나면 박스 안 물건 구성이 바뀌거나, 필요 없는 물건이 다시 섞일 수 있습니다.

분기마다 혹은 반년에 한 번씩 리빙박스 안을 꺼내 보며 다시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습니다. 이때는 처음보다 훨씬 빠르게 정리가 끝납니다. 이미 박스별, 공간별 역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새로 생긴 물건이 어디에 들어가야 하는지 다시 정리해 주는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자연스럽게 물건의 양을 조절하게 되고, 집 안이 너무 빨리 복잡해지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리빙박스를 사용하는 목적은 보이지 않게 숨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바로 찾을 수 있도록 물건의 자리를 잡아 주는 데에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박스 종류와 정리 방법을 찾아가다 보면, 정리가 점점 덜 힘들어지고,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