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외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달력 앞에서 며칠을 붙잡고 “언제 사야 싸지?”만 고민하다가, 결국 비싼 표를 결제해버리고 한참을 속상해했습니다. 그때는 항공권 가격이 왜 이렇게 들쭉날쭉한지, 어떤 기준으로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서야 여러 사이트를 비교해 보고, 날짜를 바꿔 보고, 특가 알림도 설정해 보면서 조금씩 감을 잡게 되었습니다. 알고 나니 “처음부터 이렇게 했으면 돈을 꽤 아꼈겠구나” 싶은 방법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항공권을 싸게 사는 데에는 정답 하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알고 이것들을 상황에 맞게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는 그런 원칙과 실제로 써먹기 좋은 팁들을 차근차근 정리해보겠습니다.

비행기표를 싸게 사는 데 꼭 필요한 생각의 전환

항공권 가격을 낮추는 데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유연성’입니다. 즉, 내가 정한 조건을 조금씩 풀어줄수록 선택지가 늘어나고, 그중에서 싼 가격을 찾기 쉬워집니다.

특히 다음 네 가지에 여유를 두면 도움이 됩니다.

  • 날짜에 유연하게 생각하기
    꼭 특정 날짜만 고집하지 않고, 앞뒤 며칠을 함께 보면서 검색하면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노선이라도 금요일 저녁 출발은 비싼데 화요일 새벽 출발은 훨씬 저렴한 식입니다. 또 방학이나 연휴, 성수기보다는 비수기에, 주말보다는 평일에 출발하고 돌아오는 편이 대체로 저렴한 편입니다.

  • 도시와 공항에 유연하게 생각하기
    “꼭 이 도시만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선택지가 많아집니다. 비슷한 지역의 다른 도시로 도착해서 기차나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고, 한 나라 안에서도 다른 공항을 선택하면 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을 간다고 했을 때 처음부터 파리만 고집하기보다 런던이나 다른 도시로 들어가서 기차로 이동하는 방법을 함께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 직항만 고집하지 않기
    중간에 한 번 정도 경유하는 항공편은 직항보다 싸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비행 시간이 긴 장거리 노선일수록 그렇습니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예산을 아껴서 여행지에서 더 쓰고 싶다면 경유편도 충분히 고려할 만합니다.

  • 항공사를 한 곳에만 묶어두지 않기
    특정 항공사를 좋아한다고 해서 항상 그 회사만 고집하면 더 싼 선택지를 놓칠 수 있습니다. 여러 항공사를 한 번에 비교해 주는 검색 사이트를 활용해 보고, 그중에서 조건과 가격을 함께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매 시기도 어느 정도의 패턴이 있습니다. 완벽하게 딱 맞는 시점을 누구도 100% 정확히 맞출 수는 없지만, 대략 이런 경향이 있습니다.

  • 너무 늦지 않게, 너무 이르지도 않게
    국제선의 경우 일반적으로 출발 2~6개월 전 사이에 괜찮은 가격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선은 1~3개월 전쯤이 자주 추천됩니다. 다만 인기 있는 휴가철, 명절, 연휴 등은 항공권이 빨리 차기 때문에 이보다 조금 더 일찍 준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요일에 따라 달라지는 가격
    항공권 가격은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에 “무조건 어느 요일이 싼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많은 노선에서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과 같이 평일 출발이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 출발보다 더 싸게 뜨는 경향이 자주 보입니다. 검색할 때 여러 요일을 함께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항공권 검색 사이트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

비행기표를 싸게 찾으려면 한 군데만 보는 것보다 여러 검색 엔진과 여행사 사이트를 함께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각 사이트마다 강점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사이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글 항공권(검색 사이트의 항공권 메뉴)
    여러 항공사와 여행사 가격을 한 번에 보여주고, 한 달 전체의 최저가를 달력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이 유용합니다. 출발지와 도착지만 정해 두고 날짜를 여유 있게 넣어 두면 “이 날은 얼마, 저 날은 얼마”가 한눈에 보입니다. 또 가격 추적 기능을 설정해 두면 가격이 내려가거나 올라갈 때 이메일로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스카이스캐너
    한 도시에서 출발해서 “어디든”이라는 옵션으로 검색하면, 가장 싸게 갈 수 있는 여러 도시를 쭉 보여줍니다. 특정 목적지가 딱 정해져 있지 않을 때, 예산에 맞는 여행지를 찾는 데 특히 도움이 됩니다. 가장 저렴한 달을 찾아주는 기능도 있어서, 어느 시기에 싸게 갈 수 있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 모몬도, 카약 등 가격 비교 사이트
    여러 온라인 여행사(OTA)의 가격을 구체적으로 비교해 주는 사이트들도 있습니다. 같은 항공편이라도 어떤 사이트에서 결제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두세 군데 정도는 함께 조회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국내 여행사·예약 사이트
    해외 검색 사이트에서 대략적인 최저가를 확인한 다음, 국내 포털의 항공권 서비스나 국내 여행사 사이트도 함께 비교해 보는 방법이 좋습니다. 때로는 카드사 제휴 할인이나 국내 전용 프로모션 덕분에 국내 사이트 쪽이 더 저렴하거나, 결제와 취소·변경 과정이 더 편리할 때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검색 사이트들은 대부분 “중개” 역할을 하는 곳이라, 실제 예약은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나 온라인 여행사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결제 전에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같은 노선을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수하물, 좌석 선택, 일정 변경 등 조건이 더 좋은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 공항과 경유를 활용하는 전략

목적지에 꼭 한 가지 방법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만 둘러서 가거나, 다른 공항을 이용하면 예상 외로 가격이 크게 내려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 대체 공항 활용
    한 도시 주변에는 보통 크고 작은 여러 공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 근처에는 JFK, 뉴어크, 라과디아 등 여러 공항이 있고, 유럽에는 도시를 기준으로 다른 나라의 공항까지 함께 묶어서 여행 동선을 짤 수 있습니다. 목적지 근처의 다른 공항까지 범위를 넓혀서 검색하면, 더 저렴한 항공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경유 시간을 기회로 바꾸기
    직항보다 경유편이 싸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용해서, 아예 경유지에서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머무르는 여행을 겸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일부 항공사는 스탑오버 프로그램을 운영해 경유 도시에서 며칠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경유 시간이 너무 짧으면 갈아타기 부담이 커지고, 너무 길면 피곤할 수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적당한 시간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색 기록과 시크릿 모드에 대한 이야기

기존 검색 기록이나 쿠키 때문에 항공권 가격이 인위적으로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종종 돌곤 합니다. 실제로 항공권 가격은 예약 상황, 좌석 잔여 수, 환율, 항공사 정책 등 여러 요소에 의해 계속 바뀌기 때문에, 단지 검색 기록 때문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습관처럼 사용합니다.

  • 브라우저의 시크릿 모드(개인 정보 보호 모드)를 켜고 검색하기
  • 쿠키와 캐시를 지운 뒤 다시 검색하기
  • 다른 기기나 다른 브라우저로 가격을 한 번 더 비교해 보기

이런 방법이 항상 확실한 효과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시도한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크게 없기 때문에, 여러 조건을 비교할 때 참고 정도로 활용하는 태도가 무난합니다.

특가 알림 설정으로 ‘기다리는 힘’ 키우기

항공권 가격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직접 들어가서 새로 검색하다 보면 금방 지치게 됩니다. 이때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가격 알림’ 기능입니다. 한 번만 설정해 두면, 그 노선의 가격이 내려가거나 일정 수준 이상 변할 때 이메일이나 앱 알림으로 알려 줍니다.

대표적인 설정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글 항공권의 가격 추적 기능
    출발지와 도착지, 대략의 날짜를 입력한 뒤 가격 추적 버튼을 눌러 두면, 해당 노선의 가격이 변할 때마다 이메일로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간을 넉넉하게 설정하면 “이 기간 안에서 가장 싼 날짜”를 계속 지켜보는 느낌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 노선에 대해 동시에 알림을 켜 둘 수도 있어서, 여행 후보지를 몇 군데 정해 놓고 비교하기 좋습니다.

  • 스카이스캐너의 가격 알림 기능
    특정 노선을 선택한 뒤 가격 변동 알림을 켜 두면, 가격이 오르내릴 때마다 이메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도시든 상관 없는 “어디든” 검색 후에도 알림을 설정할 수 있어서, 다양한 목적지를 동시에 살펴보고 싶은 사람에게 유리합니다.

  • 카약, 호퍼 등 앱의 알림 기능
    카약 같은 사이트에서도 가격 알림을 만들 수 있고, 호퍼 같은 앱은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금 사는 것이 좋을지,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예측 정보를 보여줍니다. 물론 예측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알림을 여러 개 설정해 두면, 굳이 매일같이 사이트에 들어가 새로 검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가격이 내려오기를 기다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가 정보를 모아 보는 커뮤니티와 소식 채널

혼자 검색만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찾은 특가 정보를 함께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여러 여행 커뮤니티, 카페, 채널에서는 항공사나 여행사가 진행하는 프로모션, 오류 요금(이상하게 싸게 풀린 가격) 같은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곤 합니다.

  • 해외 특가 정보 사이트와 포럼
    해외에서는 항공권 특가만 모아서 소개해 주는 사이트나 포럼이 많습니다. 특정 노선에 갑자기 아주 낮은 가격이 풀리면, 이용자들이 정보를 올리고 서로 예약 방법과 조건을 공유하는 식입니다. 다만 영어로 운영되는 곳이 많고, 출발지가 유럽이나 북미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한국 출발 여행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 국내 여행 관련 카페와 모임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 채팅방 등에서는 국내에서 출발하는 항공권 특가를 빠르게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드사 제휴 할인, 특정 항공사의 프로모션, 단기간 플래시 세일 같은 정보를 실시간에 가깝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이 올린 정보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실제로 예약 화면까지 직접 들어가서 조건과 규정을 꼼꼼히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항공사 뉴스레터와 소셜 계정
    자주 이용하는 항공사가 있다면 뉴스레터 구독이나 소셜 계정 팔로우를 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시즌별 세일, 신규 노선 취항 기념 할인, 프로모션 코드 배포 등은 이런 채널을 통해 가장 빨리 공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매 전에 꼭 확인해야 할 숨은 비용과 규정

표면적으로 보이는 항공권 가격만 보고 결제했다가, 나중에 수하물 요금이나 좌석 선택 요금, 변경 수수료 등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예상보다 훨씬 비싸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저가 항공사의 경우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크게 납니다.

  • 수하물 규정
    저가 항공사는 위탁 수하물이 아예 포함되지 않고 기본 요금에 기내 수하물만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발 전 수하물 추가 요금을 미리 내면 그나마 저렴하지만, 공항에서 갑자기 추가하려고 하면 훨씬 비싼 요금을 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여행 짐의 양을 미리 가늠해 보고, 수하물 옵션까지 포함한 전체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결제 수수료와 환율
    해외 사이트에서 원화가 아닌 외화로 결제할 경우, 신용카드 해외 결제 수수료가 추가로 붙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이트는 결제 수단에 따라 별도의 수수료를 더 받기도 합니다. 결제 직전에 최종 결제 금액과 통화 단위를 꼭 확인하고, 가능한 한 불필요한 수수료가 붙지 않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 환불 및 변경 규정
    가격이 아주 싸게 나온 항공권은 대부분 환불 불가이거나, 변경 시 높은 수수료가 붙는 조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정이 바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처음부터 어느 정도 유연한 조건의 요금을 선택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예매 전에 “환불 가능 여부, 변경 가능 여부, 수수료가 얼마인지”를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최종 결제 금액 다시 보기
    처음 검색할 때는 세금이나 유류할증료가 제외된 가격이 보였다가, 결제 단계에서 각종 비용이 더해져 금액이 크게 올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약을 확정하기 전 마지막 화면에서 총액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다른 사이트에서의 최종 금액과도 비교해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추가로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들

지금까지의 방법 외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몇 가지 팁이 더 있습니다. 다만 이들 역시 상황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고, 항상 통하는 법칙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VPN을 이용한 가격 비교
    어떤 노선은 접속하는 국가에 따라 다른 요금을 보여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공사의 본사가 있는 나라에서 접속했을 때, 또는 특정 지역에서 접속했을 때 요금이 조금 낮게 나오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VPN으로 접속 위치를 바꿔 보는 실험을 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이가 전혀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 방법을 위해 유료 서비스를 새로 도입하기보다는, 이미 사용 중이라면 참고 정도로 활용하는 편이 무난합니다.

  • 마일리지와 카드 포인트 활용
    항공사 마일리지나 신용카드 포인트를 적립해 두었다가 항공권을 구매할 때 일부 또는 전부를 차감해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현금으로는 비싼 항공권을 마일리지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다만 마일리지의 유효 기간, 사용 가능한 좌석의 수, 시즌별 제한 등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 항공권과 호텔을 묶은 상품 비교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항공권+호텔 묶음 상품이, 같은 조건의 항공권과 호텔을 각각 따로 예약하는 것보다 저렴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성수기에는 항공권만 따로 사는 것보다 패키지 형태가 더 유리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호텔 예약이 필요하다면 함께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항공권 가격은 언제나 변하고, 누가 정확히 맞히기 어려운 요소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운에만 맡길 필요는 없습니다. 날짜와 경로에 대한 유연한 생각, 여러 사이트를 활용한 비교, 특가 알림 설정, 숨은 비용과 규정에 대한 꼼꼼한 확인만으로도,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비싼 표를 샀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