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제주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공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는 빠지고, 선선한 바람 사이로 어딘가에서 본 듯한 분홍빛 풍경 사진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사진 보정이겠지’ 싶었는데, 실제로 핑크뮬리 밭 앞에 서는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핑크빛 물결이 일렁이고, 그 사이를 천천히 걸으면서 찍은 사진들이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여행 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주도 핑크뮬리, 언제 가는 게 좋을까

제주 핑크뮬리는 해마다 기온과 날씨에 따라 시기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체로 다음 기간을 기준으로 계획하시면 좋습니다.

  • 개화 시작: 9월 하순쯤부터 서서히 색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 가장 예쁠 때: 10월 중순 전후가 가장 풍성하고 색감이 고운 편입니다.
  • 관람 가능 시기: 11월 초까지는 대부분 감상이 가능하지만,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강했던 해에는 더 빨리 시들 수 있습니다.

10월 중순 평일 오전이나, 10월 초·중순 사이의 weekday를 선택하면 사람들로 붐비는 시간을 조금 피할 수 있어 사진 찍기 한결 편합니다.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 가족 여행에 특히 잘 어울리는 곳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동로 256에 위치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은 계절마다 다른 꽃축제로 유명한 곳입니다. 가을에는 넓게 펼쳐진 핑크뮬리와 더불어 코스모스, 늦게까지 피어 있는 수국 등 다양한 꽃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사진 찍을 스폿을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간 경험으로는, 사진만 찍고 돌아오기보다 공원 안을 천천히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잡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중간중간 동물 먹이 주기 체험이나 작은 공연, 흑돼지 쇼 등이 준비되어 있어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즐거워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핑크뮬리 밭 가운데로 무리해서 들어가기보다, 미리 만들어 둔 길을 따라 걷는 장면을 담아보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고 안전합니다. 돌하르방이나 소박한 오두막을 프레임 한쪽에 살짝 넣어 구도를 잡으면 ‘제주다움’이 더 살아납니다.

제주 허브동산 – 낮과 밤, 두 번 즐기는 핑크빛

서귀포시 표선면 돈오름로 170에 자리한 제주 허브동산은 향기로운 허브 정원과 함께 핑크뮬리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낮에는 허브향과 어우러진 여유로운 분위기, 밤에는 곳곳에 켜지는 조명 덕분에 또 다른 느낌으로 변합니다.

해질 무렵에 입장해 노을이 질 때 한 번, 조명이 켜진 이후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카메라를 꺼내게 되는 공간입니다. 노을이 질 때는 하늘의 주황빛과 핑크뮬리의 분홍빛이 겹치면서 부드러운 색감이 만들어지고, 밤에는 조명 사이로 실루엣 사진을 찍으면 인물의 표정이 드러나지 않아도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허브 족욕이나 허브 관련 기념품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사진에 지친 동행과 잠깐 쉬어가기에도 좋습니다.

렛츠런파크 제주 – 탁 트인 풍경과 함께 즐기는 핑크뮬리

제주시 애월읍 평화로 2144에 위치한 렛츠런파크 제주는 경마공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을이면 넓은 공원 일부에 핑크뮬리를 조성하는 해가 많습니다. 다만 규모와 위치, 조성 여부는 해마다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 공식 안내나 최근 후기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접 가보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시야가 탁 트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멀리 한라산을 배경으로 두고, 앞쪽에는 핑크뮬리와 잔디가 넓게 펼쳐지니 ‘풍경 자체가 배경지’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물을 크게 넣기보다는, 사람을 작게 두고 주변 자연을 넉넉히 담는 구도가 더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무료로 개방되는 구역이 많아 시간 부담 없이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고, 가족 단위 방문객도 꽤 많습니다.

카페 드 플로르 – 산방산을 배경으로 즐기는 카페 한 잔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서서로 100에 위치한 카페 드 플로르는 산방산 근처에 있어, 카페 정원에서 산방산과 핑크뮬리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카페 특성상 입장 인원이나 운영 방식이 바뀔 수 있어, 방문 전 영업시간과 휴무일 정도는 한 번 확인하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실제로 방문했을 때에는 핑크뮬리만 보러 온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음료를 주문한 뒤 정원을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산방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방향에 서서, 인물을 측면이나 뒷모습으로 세우면 배경이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담깁니다.

노을이 질 무렵에는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산방산의 실루엣과 핑크뮬리의 색감이 함께 살아나,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동안 같은 자리에서 여러 장을 찍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라동 메밀밭 인근 –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는 핑크빛 들판

제주시 오라2동 일대는 원래 봄·초여름 청보리와 메밀밭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가을에는 일부 구역에 핑크뮬리를 심는 해도 있어, 시기만 잘 맞으면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넓은 핑크뮬리 밭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곳은 매년 동일한 장소에, 동일한 규모로 조성되는 관광지가 아니라 농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네비게이션에 ‘오라동 메밀밭’ 혹은 ‘오라동 청보리밭’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되, 최근에 올라온 사진과 후기를 꼭 확인한 뒤 이동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유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입이 허용된 구역인지, 작물에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 특히 신경 써야 합니다. 허가된 길 위에서, 한 단계 높은 곳에 서서 한라산과 함께 넓은 들판을 내려다보는 구도가 가장 무난하면서도 멋스럽습니다.

핑크뮬리 인생 사진을 남기는 실전 팁

핑크뮬리 명소 어디를 가든, 몇 가지 기본만 기억해 두면 사진 퀄리티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 빛이 예쁜 시간 활용하기
    •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 흔히 말하는 골든아워에는 햇빛이 부드럽고 따뜻해 핑크뮬리 색이 더욱 고와 보입니다.
    • 정오의 강한 햇빛보다는, 오전 늦은 시간이나 해질 무렵이 인물 사진에도 훨씬 유리합니다.
  • 의상 고르기
    • 화이트, 아이보리, 베이지, 연한 그레이, 연청 데님처럼 밝고 부드러운 색상이 핑크뮬리와 가장 잘 어울립니다.
    • 너무 쨍한 형광빛 컬러는 배경과 어울리기보다는 튀어 보일 수 있어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 소품 활용하기
    • 밀짚모자, 작은 피크닉 바구니, 심플한 꽃다발 등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사진에 이야기를 더해줍니다.
    • 아이와 함께라면 비눗방울 장난감 하나만 있어도 자연스럽게 웃는 표정을 쉽게 담을 수 있습니다.
  • 앵글과 구도 고민하기
    • 낮은 앵글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찍으면 핑크뮬리가 더 풍성하고 길어 보입니다.
    • 카메라를 약간 뒤로 두고, 핑크뮬리 밭을 바라보는 뒷모습을 담으면 얼굴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도 분위기 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 꽃 몇 줄기만 가까이에서 촬영해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면 감성적인 클로즈업 샷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실시간 정보 확인하기
    • 같은 10월이라도 해마다 개화 속도가 달라, 어떤 해에는 10월 초에 절정, 어떤 해에는 10월 말까지도 예쁘게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출발 전, 최근 날짜 기준으로 올라온 사진과 후기를 한 번만 확인해도 헛걸음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식물과 주변 환경 지키기
    • 사진을 위해 꽃밭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거나, 식물을 밟고 지나가는 행동은 다음 방문객에게 그대로 영향을 남깁니다.
    • 대부분의 명소에는 이미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있으니, 그 길 위에서만 촬영해도 충분히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제주 가을 여행에서 핑크뮬리를 만나다 보면, 어느새 사진보다 눈으로 보는 풍경에 더 집중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잠깐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부드럽게 흔들리는 분홍빛 물결을 눈에 담아 두는 시간을 갖는 것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