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버스에서 내려 바로 느껴졌던 건 공기의 냄새였습니다. 와카야마 해변 특유의 짠내와 습기가 섞인 공기,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던 파도 소리를 들으니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난카이 트로프 지진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뒤라, 바다를 바라보는 눈길이 자연스럽게 ‘만약 지금 지진이 난다면’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숙소 체크인 때 직원이 비상계단 위치와 쓰나미 대피 건물 안내까지 꼼꼼히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며, 이 지역에서는 자연재해 대비가 일상처럼 스며 있음을 느꼈습니다.

난카이 지역과 여행 전 알아두면 좋은 점

난카이(南海) 지역은 간사이 남부와 시코쿠 주변 태평양 연안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와카야마현, 도쿠시마현, 고치현, 에히메현 남부 등이 포함됩니다. 태평양을 바로 마주하고 있어 바다 풍경이 뛰어나고, 온천, 사찰, 어시장 등 볼거리가 많아 조용한 지방 여행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다만 이 지역 앞바다 해저에는 ‘난카이 트로프’라는 거대한 해구가 있어, 과거에도 여러 차례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기록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향후 수십 년 안에 규모 8~9급의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 현지 지자체와 주민들은 평소부터 훈련과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여행객에게도 과도한 공포보다는 “미리 알고 준비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날씨, 자연환경, 계절별 주의사항

난카이 지역은 기후가 온난한 편이지만, 계절에 따라 신경 써야 할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 태풍과 집중호우

    8월에서 10월 사이에는 태풍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고치현, 와카야마현 해안 쪽은 강한 비와 바람으로 항공편 결항, 열차 운행 중지, 도로 통제 등이 잦은 편입니다. 출발 전과 이동 전마다 일기예보와 운행 정보를 확인하고,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여름철 폭염과 높은 습도

    7~8월에는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아,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칠 수 있습니다. 해수욕장이나 야외 관광지를 오래 돌아다닐 예정이라면 모자, 선크림, 충분한 수분, 염분 보충 음료 등을 준비하고, 카페나 편의점에 자주 들어가 몸을 식혀주는 것이 좋습니다.

  • 화산 영향

    난카이 지역 자체는 대표적인 화산지대는 아니지만, 일본 전역이 화산 활동과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여행 전 방문 예정 지역 인근에 화산 경보가 있는지 정도만 간단히 확인해두면 더욱 안심이 됩니다.

건강, 안전, 기본 준비

난카이 지역이라고 해서 특별히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장거리 여행인 만큼 기본적인 건강 관리와 안전 준비는 필수입니다.

  • 여행자 보험 가입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뿐 아니라, 항공편 취소, 자연재해로 인한 일정 변경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여행자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관에서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 관련 보장 범위를 꼭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상비약과 개인 의약품

    소화제, 진통제, 연고, 평소 복용하는 약은 꼭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 약국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사용법을 이해해야 하므로, 익숙한 약을 들고 가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

  • 숙소 주변 의료기관 확인

    체크인 후에는 와이파이가 잘 잡힐 때 지도를 열어 숙소 근처 병원과 약국 위치를 한 번쯤 확인해두면 좋습니다. 갑자기 몸이 안 좋을 때 “어디로 가야 하지?” 하고 헤매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교통수단 이용 시 알아둘 점

난카이 지역은 렌터카와 철도, 버스가 모두 비교적 잘 갖춰져 있습니다. 다만 지형 특성상 해안도로와 산길이 많아 기상 상황에 영향을 받기 쉽습니다.

  • 렌터카 이용

    일본은 좌측 통행이므로, 국내 운전에 익숙하더라도 처음에는 방향 감각이 헷갈릴 수 있습니다. 시골길에서는 가로등이 적고 비가 오면 시야가 크게 떨어지므로, 야간 장거리 운전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뿐 아니라 인근 대피소나 큰 도로도 함께 저장해두면 유사시 도움이 됩니다.

  • 철도·버스 이용

    JR선과 지역 철도, 고속·시내버스가 주요 도시들을 연결합니다. 지진이나 태풍 예보가 있을 때는 운행이 조기에 중단될 수 있어, 구글 지도나 일본 교통 앱으로 실시간 운행 상황을 자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정을 빡빡하게 짜기보다는 이동 사이에 여유 시간을 두면, 돌발 상황에도 대응이 수월합니다.

언어, 소통, 도움 받는 방법

도시보다는 지방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 기본 일본어 표현

    간단한 인사와 감사 표현, 길을 물을 때 쓰는 아주 짧은 문장 정도만 알아두어도 도움을 받기 쉬워집니다. 종이에 주소를 적어 보여주거나 지도를 가리키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

  • 번역 앱 활용

    파파고, 구글 번역 등 번역 앱은 실제로 현지에서 상당히 유용합니다. 특히 메뉴판, 안내문, 재난 안내 문자를 볼 때 큰 도움이 됩니다. 데이터 연결이 불안정할 수 있으므로 필요한 언어는 미리 오프라인 번역 파일을 내려받아 두면 좋습니다.

  • 관광 안내소

    주요 역이나 관광지에는 관광 안내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는 경우가 많고, 재난 시 대피 정보나 교통 정보도 안내해 주기 때문에, 처음 도착한 도시에서는 한 번쯤 들러 지도를 받고 현재 상황을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일본 내 주요 비상 연락처

일본 전국 공통 비상 전화번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경찰: 110

  • 구급차·소방: 119

현지 경찰이나 소방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 가장 빠르며, 그 다음으로는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회사, 그리고 필요하다면 주일 한국대사관이나 관할 총영사관에 연락하는 순서로 생각하면 도움이 됩니다. 장기 체류가 아니라면 재외국민등록까지는 필수는 아니지만,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정보를 출국 전 한 번 확인해두면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난카이 트로프 지진, 어떤 위험이 있나

난카이 트로프는 혼슈와 시코쿠 남쪽 연안을 따라 이어진 깊은 해구로, 필리핀해판과 유라시아판이 맞닿아 있는 경계입니다. 두 판이 오랜 시간 동안 맞부딪치며 쌓아온 에너지가 한꺼번에 방출되면, 매우 큰 지진이 발생합니다.

역사적으로 17세기 이후만 보더라도, 난카이 트로프 주변에서는 여러 차례 규모 8 전후의 대지진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지진 그 자체의 흔들림도 강하지만, 특히 태평양 연안을 따라 큰 쓰나미가 발생해 해안 마을에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수십 년 안에 다시 큰 지진이 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며, 도시계획과 건축, 교육, 훈련을 모두 이 위험을 전제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여행 전 지진·쓰나미 대비 준비

출발 전 몇 가지만 미리 준비해두면, 현지에서 불안감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현지 재난 정보 확인

    일본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지진·쓰나미·태풍 정보는 신뢰도가 높습니다. 여행 직전에는 방문 예정 지역 시청·마을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하자드맵(ハザードマップ)’을 보고, 숙소 주변의 쓰나미 대피 장소와 넓은 공원, 학교, 체육관 등 지정 대피소 위치를 확인해두면 좋습니다.

  • 비상 연락망 정리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여행 일정과 숙소 정보를 미리 공유하고, 비상시 어떤 방식으로 연락을 주고받을지 정해두면 안심이 됩니다. 전화가 잘 연결되지 않을 수 있으니, 문자나 메신저, 이메일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 간단한 비상 가방 준비

    크지 않은 가방에 생수, 간단한 비상식(에너지바, 과자 등), 상비약, 손전등이나 휴대용 랜턴, 보조 배터리, 여권 사본, 어느 정도의 현금을 넣어두면 도움이 됩니다. 숙소에 있을 때는 항상 한곳에 모아두고, 급하게 나갈 때 손에 집어 들고 나갈 수 있도록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 중 지진을 느꼈을 때 행동 요령

난카이 지역에서는 평소 작은 지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흔들림을 느꼈을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 기본 행동을 머릿속에 넣어두면 도움이 됩니다.

  • 실내에 있을 때

    먼저 넘어질 수 있는 가구, 조명, 유리창에서 떨어져 몸을 낮춥니다. 튼튼한 테이블이 있다면 그 아래로 들어가 머리와 목을 보호하며, 한 손으로는 테이블 다리를 잡고 흔들림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립니다. 흔들림이 멈춘 뒤에는 신발을 신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 실외에 있을 때

    간판, 유리창, 담벼락, 낡은 건물 등에서 떨어질 수 있는 것들을 피해 최대한 넓고 빈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전봇대나 가로등, 고가도로 아래도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주변에 일본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피고, 안내 방송이나 유도에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 해안가에 있을 때

    강한 흔들림이 있었다면, 쓰나미 경보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바다에서 최대한 멀리,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본어로 ‘津波避難(쓰나미 피난)’ 표지판이 보이면, 표지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언덕이나 지정 대피 빌딩 쪽으로 이동합니다. 쓰나미는 한 번만 오는 것이 아니라 여파가 여러 차례 이어질 수 있으므로, 경보 해제 전까지는 해변 근처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차량 운전 중일 때

    갑자기 차가 좌우로 흔들릴 수 있으나, 급제동보다는 서서히 속도를 줄여 도로 가장자리에 정차합니다. 비상등을 켜고, 라디오나 휴대전화로 안내를 들은 뒤, 필요하다면 차량을 두고 도보로 대피합니다. 특히 해안 도로를 달리다가 강한 지진을 느꼈다면, 차량에서 내려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선택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 열차나 버스 안에 있을 때

    일본의 철도와 버스는 지진 감지 시 자동으로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들림이 있어 열차가 급정거해도, 임의로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리지 말고 승무원 안내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내부에서는 손잡이나 좌석을 잡고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지진 발생 후에 유의할 점

큰 지진이 있고 나면, 첫 흔들림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여진에 대비

    규모가 큰 지진 이후에는 여진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건물 균열이 의심될 경우, 가능한 한 밖의 넓은 공간이나 지정 대피소로 이동해 있는 것이 좋습니다.

  • 정확한 정보 확인

    스마트폰, 라디오, TV 등을 통해 일본 기상청 발표와 NHK 등의 공영 방송을 중심으로 정보를 확인합니다. 소셜 미디어의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보다는 공식 발표를 우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에너지와 물자 아껴 쓰기

    정전이나 단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남은 물과 식량, 배터리 등을 아껴 사용합니다. 숙소나 대피소에 비치된 비상 식량은 지자체 계획에 따라 지급되므로, 개인이 과도하게 비축하려 하기보다는 안내에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 연락은 짧게, 필요할 때만

    재난 직후에는 통신망이 혼잡해 전화 연결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가족에게는 짧은 문자나 메신저로 현재 상황과 안전 여부를 먼저 알리고, 긴 통화는 상황이 안정된 후로 미루는 편이 전체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현지에서 도움이 되는 앱과 서비스

난카이 지역을 포함해 일본 어디에서든 재난 상황에 대비할 때 유용한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 Safety tips

    외국인 여행자를 위해 제공되는 앱으로, 지진 조기 경보, 쓰나미 경보, 기상 경보 등을 여러 언어로 알려줍니다. 현재 위치 주변의 대피소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 난카이 지역을 여행한다면 설치를 권장할 만합니다.

  • Yahoo! 재난 속보(防災速報)

    일본어 앱이지만, 위치를 설정해두면 지진, 쓰나미, 호우, 태풍 관련 알림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간단한 일본어를 읽을 수 있다면 상당히 유용합니다.

  • NHK World-Japan

    NHK가 제공하는 국제 뉴스 서비스로, 영어로 일본의 주요 뉴스와 재난 정보를 전달합니다. 큰 규모의 지진이나 태풍이 있을 때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재해용 전언 다이얼 171

    대규모 재해 시 통화량이 폭주하면 일반 전화 연결이 어려울 수 있어, 일본에서는 ‘171’번을 통해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확인하는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현지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사용할 경우에 특히 유용하지만, 단기 여행자라면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어도 도움이 됩니다.

난카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바다와 산, 조용한 마을 풍경 속에서 “이곳 사람들은 위험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일상을 유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두려움보다는, 현지인들이 평소에 하는 것처럼 차분하게 대비하고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작은 준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