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기 전, 전남 5일장을 일부러 찾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여행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먼저 장날을 확인하고 그날에 맞춰 동선을 정했는데,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퍼지는 국밥 냄새와 좌판에 가득한 채소, 손때 묻은 가게 간판을 보며 ‘아, 이게 진짜 동네의 살아있는 얼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남 5일장 기본 구조

전남 지역의 5일장은 보통 ‘날짜 끝자리’ 기준으로 열립니다. 예를 들어 3일, 8일 장이라면 매달 3일·8일·13일·18일·23일·28일에 장이 서는 방식입니다. 같은 시·군 안에서도 장날이 서로 다르게 배치되어 있어, 잘만 활용하면 며칠 사이에 여러 전통시장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지역별 대표 5일장 일정

아래 일정은 전남의 대표적인 5일장들을 중심으로 간단히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 방문 전에는 해당 시·군청 또는 전통시장 상인회에 문의해 변경 사항이 없는지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순천·여수·광양권

남해안의 온화한 기후 덕에 해산물과 채소가 특히 풍성한 지역입니다.

  • 순천 장천5일시장

    장날: 2일, 7일

    특징: 순천만 인근 농가에서 가져온 제철 채소와 나물, 손두부, 순대국밥이 유명합니다.

  • 순천 연향5일시장

    장날: 4일, 9일

    특징: 도시형 5일장 분위기라 접근성이 좋고, 반찬가게와 분식·튀김류 먹거리가 다양합니다.

  • 여수 서시장(정기 5일장 겸 상설시장)

    장날: 1일, 6일에 큰 장이 서는 편입니다.

    특징: 갓 잡은 생선, 건어물, 서대회·장어구이 등 여수식 해산물 요리를 맛보기 좋습니다.

  • 광양 5일시장

    장날: 3일, 8일

    특징: 매실·배 등 과일과 섬진강 인근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국수, 재래식 떡이 인기입니다.

목포·신안·영암·해남권

갯벌과 섬, 넓은 평야가 어우러져 해산물과 쌀, 잡곡, 채소가 풍부한 지역입니다.

  • 목포 자유시장·동부시장 일대

    장날: 2일, 7일에 전통 5일장 분위기가 큽니다.

    특징: 홍어, 민어철 생선, 젓갈과 건어물, 시장식 백반과 국밥집이 밀집해 있습니다.

  • 영암 5일장(영암시장)

    장날: 3일, 8일

    특징: 영암 쌀·고구마·토하젓 등이 유명하며, 장터 국밥과 수육·편육 안주가 정겹습니다.

  • 해남 읍내 5일장

    장날: 4일, 9일

    특징: 배추·무·고구마처럼 밭작물이 많고, 해남 배추로 만든 겉절이·김치류를 맛보기 좋습니다.

  • 신안 압해·암태 등 면 단위 장

    장날: 면마다 다르지만, 보통 2·7일, 5·10일 등으로 나뉩니다.

    특징: 바지락, 낙지, 김·매생이 같은 갯벌 먹거리와 바람에 잘 말린 생선이 주를 이룹니다.

보성·고흥·장흥권

차밭과 바다, 산이 함께 있는 지역으로, 해산물과 산나물, 차를 이용한 특산품이 특징입니다.

  • 보성 5일시장

    장날: 1일, 6일

    특징: 녹차가 들어간 떡·빵·과자, 꼬막, 유자 가공품 등이 많습니다.

  • 고흥 5일시장

    장날: 2일, 7일

    특징: 유자·석류·전복·새우 등 바다와 과수원의 결합이 돋보이고, 유자청과 젓갈류가 인기입니다.

  • 장흥 5일시장

    장날: 3일, 8일

    특징: 한우, 표고버섯, 키조개·전복 등 든든한 먹거리가 많아 밥 한 끼 해결하기 좋습니다.

곡성·구례·담양·화순권

내륙 산간 지역답게 나물, 곡류, 버섯, 장류가 풍성한 동네들입니다.

  • 곡성 5일장

    장날: 1일, 6일

    특징: 기차마을 인근 여행과 함께 들르기 좋고, 토종 잡곡, 나물, 막걸리가 정겹습니다.

  • 구례 5일장

    장날: 3일, 8일

    특징: 섬진강 재첩, 산수유, 더덕·도라지 같은 약초·나물이 많아 봄·가을에 특히 좋습니다.

  • 담양 5일장

    장날: 2일, 7일

    특징: 떡갈비·대통밥 등 담양식 한 끼와 더불어 대나무 공예품 구경이 재미있습니다.

  • 화순 5일장

    장날: 5일, 10일

    특징: 버섯, 고추, 콩과 장류가 강세이며, 소박한 분식과 국밥집들이 골고루 있습니다.

전통시장 대표 먹거리

전남 5일장에서 공통적으로 자주 마주치게 되는 대표 먹거리들입니다. 지역별로 양념이나 조리 방식이 조금씩 달라, 비슷한 메뉴라도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국밥·순대·돼지머리 수육

    어느 장터를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메뉴입니다. 장날 아침, 허겁지겁 한 그릇 비우고 나면 하루 종일 든든합니다.

  • 비빔밥·비빔국수

    시장 나물과 고추장, 참기름만으로도 훌륭한 한 끼가 됩니다. 특히 봄철 나물철에 맛이 좋습니다.

  • 전·부침개

    파전, 김치전, 동태전, 모둠전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막걸리 한 잔과 곁들이는 어르신들이 많아 장터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기 좋습니다.

  • 해산물·젓갈·건어물

    여수, 목포, 신안, 고흥, 장흥, 해남 일대 장터에서는 꼬막, 낙지, 홍어, 각종 젓갈과 건어물이 빠지지 않습니다.

  • 떡·과자·빵

    찹쌀떡, 시루떡, 약식부터 동네 빵집에서 장날 맞춰 구워내는 옛날식 빵까지, 간식거리로 좋습니다.

  • 계절 한정 메뉴

    겨울에는 매생이·굴·꼬막, 봄에는 냉이·달래·두릅, 여름에는 장어·장흥 물회, 가을에는 버섯과 햅쌀이 특히 눈에 띕니다.

장터 먹거리, 이렇게 즐기면 좋습니다

5일장을 다니다 보면 계획에 없던 먹거리에 이끌릴 때가 많습니다. 몇 가지 경험에서 느낀 팁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어디서 먹을까?”보다 “어디가 붐비나”를 먼저 보기

    화려한 간판보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집이 대개 실패 확률이 적었습니다.

  • 작은 접시로 여러 곳 맛보기

    수육·순대·전 같은 메뉴는 양이 많을 수 있어, 둘 이상이 간다면 반씩 나눠 여러 집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 현지인에게 추천받기

    채소 파시는 상인이나 잡화를 파는 어르신께 “밥 어디서들 드세요?”라고 여쭤보면 의외로 좋은 집을 알려줄 때가 많습니다.

  • 시장 시간대 살펴가기

    아침에는 생선과 채소 위주, 점심 무렵에는 식당가가 가장 활기차고, 오후에는 일부 좌판이 정리되니 가능하면 오전부터 움직이는 편이 좋습니다.

지도 없이도 동선 잡는 법

요즘은 지도를 검색해서 움직이지만, 장터 안에서는 오히려 감각대로 걷는 편이 더 재미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헷갈리지 않도록 간단히 동선 잡는 방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먼저 ‘시청·읍사무소·터미널’ 주변 체크

    전남 대부분의 5일장은 시청·군청, 읍·면사무소, 버스터미널 근처에 모여 있습니다. 네비게이션에 해당 관공서를 찍고 도착해 주변을 돌면 장터를 찾기 쉽습니다.

  • 상설시장과 5일장 구분해서 보기

    건물형 상설시장이 있고, 그 주변 도로에만 장날 좌판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일과 장날 분위기가 다른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 주차 후, 시장 입구부터 한 바퀴 훑기

    처음 보이는 집에 바로 앉기보다, 입구에서 끝까지 한 번 쭉 걸으며 먹거리를 살펴본 뒤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면 후회가 적었습니다.

방문 전 꼭 확인해야 할 것들

요즘은 전통시장도 상황에 따라 장날이 조정되거나 휴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발 전에는 다음 정도를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 해당 군청·시청 홈페이지 공지

    축제 기간, 공사, 재난 상황 등으로 장날이 바뀌는 경우가 드물게 있습니다.

  • 관광안내 전화 활용

    전남관광안내나 각 시·군 관광안내에 전화로 “○○시장 5일장 장날과 운영 여부”를 물어보면 가장 확실합니다. (전화번호는 시기별로 변경 가능성이 있어, 최신 정보를 한 번 더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 날씨와 교통 정보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좌판이 줄어들 수 있고, 섬·해안 지역은 풍랑·강풍 주의보에 따라 배편과 시장 운영이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