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처음 갔을 때 입국 심사대 앞에서 줄을 서 있는데, 어떤 사람은 휴대폰 화면만 보여주고 금방 통과하고, 어떤 사람은 서류를 찾느라 가방을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직원이 SG Arrival Card를 미리 제출했냐고 물어보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예전에는 비행기에서 종이로 쓰던 입국 신고서를 비행기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여권과 번갈아 보며 적었는데, 이제는 그런 방식이 완전히 사라지고 전부 온라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처음 접하면 낯설 수 있지만, 구조를 알고 나면 생각보다 단순하게 느껴집니다.

지금 싱가포르에 입국하려면 예전 종이 입국 신고서 대신 SG Arrival Card를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으로 미리 제출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싱가포르 이민국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어서, 절차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SG Arrival Card가 무엇인지 먼저 이해하기

SG Arrival Card는 싱가포르 이민국(Immigration & Checkpoints Authority, ICA)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입국 신고서입니다. 예전의 종이 입국 신고서와 건강 신고서를 합쳐서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 누가 싱가포르에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정보 수집
  • 언제 들어오고 언제 나가는지, 어디에 머무는지 정리
  • 최근에 어디를 다녀왔는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신고

관광객, 출장자, 친척 방문 등 여행 목적과 상관없이, 비자 면제 대상이라도 싱가포르에 입국한다면 대부분 SG Arrival Card를 제출해야 합니다. 단, 공항 안에서 갈아타기만 하고 입국 심사를 통과하지 않는 환승 승객은 보통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언제 SG Arrival Card를 제출해야 하는지 정리하기

SG Arrival Card는 싱가포르 도착 예정일 기준으로 3일 전부터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때 3일이라는 것은 ‘달력 기준 3일’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생각하시면 됩니다.

  • 1월 10일에 싱가포르에 도착 예정이라면
  • 1월 7일 0시(싱가포르 시간 기준)부터 제출 가능합니다.

너무 일찍, 예를 들면 도착 1주일 전에 미리 작성해두는 것은 시스템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비행기 타기 직전이나 싱가포르 도착 직전에 해도 되지만, 인터넷 연결 상태나 시간 부족 때문에 불편할 수 있어 여유 있게 출발 전 집이나 숙소에서 미리 작성하는 편이 좋습니다.

어디에서 작성하는지와 주의해야 할 점

SG Arrival Card는 싱가포르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따로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비슷하게 생긴 사설 사이트나 돈을 받는 대행 업체가 눈에 띌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은 공식 서비스가 아니고, 불필요한 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편이 좋습니다.

작성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웹 브라우저에서 공식 SG Arrival Card 페이지 접속
  • 스마트폰에서 MyICA 공식 앱 설치 후 이용

웹사이트와 앱 모두 기본 구조는 비슷하며, 여권 정보, 여행 일정, 숙소, 건강 관련 질문을 순서대로 입력하게 되어 있습니다. 화면에서 안내되는 언어는 영어가 기본이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다른 언어 선택이 가능하고,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어서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하면 됩니다.

미리 준비하면 좋은 것들

SG Arrival Card를 작성할 때는 적어도 다음 정보들을 준비해 두면 훨씬 수월합니다.

  • 유효한 여권
  • 싱가포르로 가는 항공편 번호
  • 싱가포르에서 출국할 항공편 정보 (가능하다면)
  • 싱가포르에서 머물 숙소 이름과 주소
  •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이메일 주소

여권과 항공편 정보를 사진으로 찍어 둔 경우에도, 실제 여권 원본과 항공권 일정을 옆에 두고 확인하면서 입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숫자나 알파벳을 하나만 잘못 입력해도 입국 심사에서 다시 확인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SG Arrival Card 작성 과정 차근차근 따라가기

1. 접속 후 언어와 이용 유형 선택하기

먼저 웹사이트나 MyICA 앱을 열면, 방문 목적에 따라 여러 메뉴가 보입니다. 싱가포르 시민이나 영주권자가 아니라면 보통 외국인 방문객에 해당하는 항목을 선택합니다.

여기에서 일반적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보입니다.

  • 개인 제출 (Individual Submission)
  • 그룹 제출 (Group Submission)

혼자 여행할 때는 개인 제출을 선택하면 되고, 가족이나 일행 몇 명이 함께 움직이며 일정과 숙소가 같다면 그룹 제출을 사용하면 됩니다. 그룹으로 제출하더라도 각 사람의 이름과 여권 정보는 개별적으로 입력해야 합니다.

2. 여권 정보와 기본 인적 사항 입력하기

다음 단계는 본인의 여권 정보와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기입하는 과정입니다. 일부 기기에서는 여권 사진 페이지를 카메라로 찍어 정보를 자동으로 읽어들이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 기능이 잘 작동하면 편리하지만, 읽히지 않거나 오류가 있으면 직접 수정해야 합니다.

보통 다음 항목들을 입력하게 됩니다.

  • 여권 번호(Passport Number)
  • 영문 성명(Full Name) – 여권에 적힌 철자와 순서를 그대로 사용
  • 생년월일(Date of Birth)
  • 국적(Nationality)
  • 성별(Gender)
  • 거주 국가(Country of Residence)
  • 이메일 주소(Email Address)와 이메일 재입력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여권에 있는 정보와 완전히 똑같이 입력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름 중간에 있는 띄어쓰기, 알파벳 순서, 생년월일의 순서 등을 다르게 적으면, 시스템에서 다른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도 확인 메일을 받을 곳이기 때문에 오타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3. 싱가포르 여행 일정과 이동 수단 입력하기

개인 정보 입력을 마치면 여행 관련 정보를 적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여기에서는 싱가포르에 언제 들어가고 언제 나오는지, 어떤 교통 수단을 타는지 등을 묻습니다.

주요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싱가포르 도착 날짜(Date of Arrival in Singapore)
  • 싱가포르 출국 날짜(Date of Departure from Singapore)
  • 이동 수단(Mode of Travel) – 항공, 육상, 해상 중 선택
  • 항공편명 또는 교통수단 번호(Flight No./Vehicle No./Vessel Name)
  • 싱가포르로 오는 직전 출발지(Place of Embarkation)
  • 그 다음에 이동할 나라 또는 도시(Next Port of Entry/Exit)

특히 경유가 있는 일정이라면, ‘싱가포르로 오기 직전에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기준으로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천에서 다른 나라를 들렀다가 싱가포르로 오는 경우, 바로 이전 공항이 무엇인지 확인해서 입력해야 합니다.

4. 싱가포르에서 머물 장소 정보 적기

싱가포르에서 어디에 머무는지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이 부분에서는 숙소 유형과 이름, 주소를 적게 됩니다.

보통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구성됩니다.

  • 숙소 유형(Type of Accommodation) – 호텔, 개인 주택, 크루즈선 등
  • 호텔 이름 또는 숙소 이름(Name of Hotel/Accommodation)
  • 숙소 주소(Address)

예약 사이트나 호텔 예약 확인 메일에 적힌 영문 이름과 주소를 그대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지인이 사는 집에서 머문다면 그 주소를 입력하면 됩니다. 단순 경유가 아니라 무비자로 입국 심사를 통과해 도시 안으로 나갈 계획이라면, 짧게 머무는 경우라도 숙소 정보 입력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5. 최근 여행 이력과 건강 상태 신고하기

다음 단계는 건강과 관련된 질문, 그리고 최근 여행 이력에 대한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주로 감염병 상황에 따라 질문이 늘었다 줄었다 했고, 현재도 상황에 따라 문항 구성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올 수 있습니다.

  • 최근 며칠 동안 특정 지역(예: 일부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을 방문했는지 여부
  • 발열, 기침, 인후통, 발진 등의 증상이 있는지 여부
  • 특정 전염병에 노출되었거나 진단받은 적이 있는지 여부

이 부분은 무엇보다도 정직하게 답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관련 내용이 있음에도 숨기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입할 경우, 공항에서 추가 검사를 받거나 입국과 관련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확하게 신고했다고 해서 반드시 입국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할 경우 의료진 안내를 받거나 추가 확인 절차를 거치게 되는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6. 마지막으로 내용 확인과 동의하기

모든 항목을 입력하면, 제출 전에 지금까지 입력한 내용이 한 화면에 정리되어 나타납니다. 여기에서 여권 번호, 이름, 도착 날짜, 숙소 주소 등 중요한 정보를 한 번 더 점검해야 합니다.

대개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에 동의하는 체크박스가 있습니다.

  • 제공한 정보가 사실이며 정확하다는 점에 동의
  • 싱가포르의 관련 법규를 준수하겠다는 약속

이 부분에 체크해야만 제출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내용을 빠르게 넘기기보다는 한 번 천천히 읽어 보고 확인한 뒤 동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7. 제출 후 확인 화면과 이메일 보관하기

모든 절차를 마친 뒤 ‘Submit’ 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접수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뜹니다. 화면에는 접수 번호나 확인 문구가 함께 표시되는데, 이때 휴대폰으로 화면 캡처를 해두는 습관을 들이면 유용합니다.

입력한 이메일 주소로도 제출 완료 안내 메일이 도착합니다. 이 메일에는 신청자 정보와 접수 사실이 정리되어 있어, 공항에서 직원이 확인을 요청하면 보여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여권을 스캔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자동으로 연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거나 직원이 별도 확인을 요구할 상황에 대비해 캡처 화면이나 이메일을 보관해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팁들

실제로 SG Arrival Card를 여러 번 작성해 보면, 몇 가지 패턴과 요령이 생깁니다. 자주 헷갈리는 부분과 유용한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SG Arrival Card 자체는 어디까지나 무료 서비스이므로, 신청 도중에 결제를 요구하는 화면이 나오면 일단 의심하고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입력한 정보 중 가장 엄격하게 맞아야 하는 것은 여권 정보와 이름, 도착 날짜입니다. 이 부분이 다르면 공항에서 다시 작성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 가족이 함께 이동한다면 그룹 제출 기능을 이용해 같은 일정과 숙소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정보를 한 번에 보내는 편이 편리합니다. 다만 이름과 여권 번호는 각자 정확히 적어야 합니다.
  • 싱가포르 공항에서 단순 환승만 하고, 입국 심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다른 비행기로 갈아탄다면 SG Arrival Card 작성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환승 시간이 길어서 시내를 나갔다가 다시 공항으로 돌아올 계획이라면, 그 순간에는 입국 절차를 밟는 것이기 때문에 SG Arrival Card를 미리 제출해 두어야 합니다.
  • 싱가포르를 자주 오가는 경우에도, 매번 입국할 때마다 새로 SG Arrival Card를 제출해야 합니다. 예전에 제출한 기록이 자동으로 대체되지는 않습니다.

이 과정을 한두 번 경험해 보면, 비행기표를 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출발 전 체크리스트에 포함시키게 됩니다. 여행 가방을 싸기 전에 여권 유효기간을 확인하듯, 싱가포르를 목적지로 정했다면 일정표 옆에 SG Arrival Card 제출 날짜도 함께 적어 두는 습관을 들이면 입국 과정이 훨씬 여유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