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대회에 나섰을 때를 떠올리면,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운동장 입구를 향해 걷는데, 여기저기 번호표를 단 사람들, 다리 펴며 스트레칭하는 사람들, 친구들과 사진 찍는 사람들까지 뒤섞여 있었고, 그 사이를 지나가며 나도 저 출발선 위에 서게 된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몸은 긴장해서 더 무거운 것 같았지만, 스타디움에 울려 퍼지는 음악과 안내 방송, 그리고 하늘 위로 조금씩 떠오르는 햇빛을 보면서 ‘오늘은 정말 특별한 하루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포츠서울 마라톤 코스 분위기와 준비 방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스포츠서울 마라톤이 열리는 시기와 장소
스포츠서울 마라톤은 일반적으로 봄에 열리는 대회입니다. 매년 세부 일정과 세부 코스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3~4월 사이에 열리고,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중심으로 한강변 코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식 일정과 코스 지도는 매 대회마다 주최 측에서 공지하니, 참가를 준비한다면 반드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발과 결승은 잠실 주경기장 또는 그 인근 도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한강변 자전거도로와 고수부지 도로를 왕복하는 방식으로 코스가 구성됩니다. 장거리를 달리기에 비교적 안전하고 넓은 길을 확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코스 특징: 평탄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한강길
이 대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전반적으로 평지 위주의 코스라는 점입니다. 한강 고수부지와 강변도로를 활용하기 때문에 큰 언덕이나 급격한 오르막이 거의 없어서, 다른 도심 마라톤보다 고도 변화가 적은 편입니다. 기록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양쪽으로 서울 도심 스카이라인과 강변 풍경이 펼쳐집니다. 벚꽃이 피는 시기와 겹치면 강둑을 따라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힘들어도 잠시 고개를 들면 눈이 즐거워지는 장면을 여러 번 마주하게 됩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하늘과 강, 건물들이 어우러져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장면이 계속 등장합니다.
다만, 평탄한 코스라고 해서 항상 편안한 것만은 아닙니다. 한강변은 바람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라, 방향에 따라 한 구간에서는 시원한 뒷바람이 되어 주다가, 다른 구간에서는 거센 맞바람으로 변해서 발걸음을 묵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후반부에 맞바람을 만나면 체력이 훅 깎이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그늘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구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나무 그늘이나 건물 그늘이 많지 않은 편이라 햇볕이 강한 날에는 얼굴, 목, 팔 등에 햇빛이 계속 닿게 됩니다. 기온이 높지 않아도 햇빛과 건조한 바람이 겹치면 체온이 올라가고 수분 손실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모자와 선크림, 선글라스 등의 준비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코스가 평탄한 대신, 후반부로 갈수록 풍경이 비슷하게 느껴져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길 자체는 편안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크게 바뀌지 않다 보니 ‘지루함’과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다리보다 머리가 먼저 지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대회 운영과 현장 분위기
스포츠서울 마라톤은 오랜 기간 진행되어 온 대회라 전체적인 운영이 비교적 안정적인 편입니다. 출발 전 물품 보관소 운영, 화장실 안내, 입장 동선 등 기본적인 구조가 넓게 잘 잡혀 있어서, 안내를 따라가면 크게 헤매지 않고 준비를 마칠 수 있습니다.
코스 중간중간에는 급수대와 보급소가 일정 간격으로 배치됩니다. 물, 스포츠 음료, 바나나, 간단한 간식 등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준비만 잘 하면 레이스 중 탈수나 심한 허기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대회마다 구성과 간식 종류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꼭 필요로 하는 보급(에너지젤 등)은 직접 챙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물과 간식을 나눠 주고, 길을 안내하고, 때로는 “조금만 더 힘내세요!” 하고 외치며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응원 구간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점을 지날 때마다 박수 소리와 환호가 들리면 생각보다 큰 힘이 됩니다. 출발선에서의 박수와 함께 시작하는 순간,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환호는 특히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완주를 하면 메달과 함께 여러 기념품을 받게 됩니다. 해마다 제공되는 구성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보통 참가 번호표, 티셔츠, 양말, 간단한 기념품 등이 포함됩니다. 목에 메달을 건 채 경기장 밖으로 걸어나오면서 느끼는 ‘오늘 할 일은 다 했다’는 기분이 이 대회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달려본 입장에서 느낀 점
전체적인 인상은 “기록을 노리기 좋은 코스이지만, 방심하면 후반에 고생하는 코스”였습니다. 출발 직후에는 평탄한 길과 시원한 강바람 덕분에 몸이 가볍게 느껴져서, 계획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달리고 싶어지는 유혹이 자꾸 생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두 구간만 무리해도 30km 이후부터는 다리에 피로가 쌓이면서 체력 저하가 훅 찾아옵니다.
특히 햇볕이 강했던 해에는 그늘이 거의 없어서, 마치 낮 동안 운동장을 계속 도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굴과 목이 뜨거워지고, 입안이 금방 마르는 느낌이 들어 급수대가 더 간절해졌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는 이 대회에 참가할 때 모자와 선글라스, 선크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준비물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길을 달리다 보면 ‘서울을 발로 직접 그려 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묘한 뿌듯함이 생깁니다. 같은 페이스로 나란히 달리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거나, 힘들어 보이는 사람에게 “조금만 더 가면 급수대 나와요” 같은 말을 건네다가, 그 사람과 나란히 결승선을 향해 들어가게 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기록뿐 아니라 이런 순간들이 모여서 대회가 하나의 추억으로 남습니다.
훈련 계획 세우기: 거리를 늘리는 법
이 대회를 준비할 때는 “얼마나 오래, 얼마나 꾸준히 달릴 수 있는가”를 중점으로 훈련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단기간에 무리하게 훈련량을 늘리는 것은 부상의 지름길이라, 최소한 10~12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천천히 적응해 가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처음에는 주 3회 정도, 20~30분 간 가볍게 뛰거나 걷기와 달리기를 섞어가며 몸을 움직입니다. 그다음에는 주당 총 거리나 시간을 조금씩 늘려 나갑니다. 예를 들어 한 주에 10km를 달렸다면 다음 주에는 12km 정도로 늘리는 식으로, 한 번에 크게 늘리기보다는 10~20% 이내에서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풀코스를 목표로 한다면, 대회 전 몇 주 동안은 최소 한두 번 정도는 25~30km 안팎의 장거리 훈련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완전한 42.195km를 미리 다 달려볼 필요는 없지만, 30km 전후까지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경험해 두면 대회 당일 후반부에 당황하지 않게 됩니다.
페이스 조절과 다양한 훈련 방법
스포츠서울 마라톤처럼 평탄한 코스에서는 일정한 속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를 찾고 유지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평소 달리기 앱이나 GPS 시계 등을 사용해 1km당 몇 분에 달리는지 파악하고, 목표 완주 시간을 기준으로 적당한 페이스를 정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단순히 같은 속도로만 달리는 것보다 다양한 훈련을 섞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짧은 구간을 반복해 달리는 인터벌 훈련, 목표 페이스보다 약간 빠른 속도를 일정 시간 유지하는 템포 런 같은 방식은 심폐지구력과 속도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체력 유지와 부상 방지를 위해 스쿼트, 런지, 플랭크 같은 하체와 코어 근력 운동을 함께 해주면 후반부에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대회 2~3주 전에는 ‘테이퍼링’이라고 해서 훈련량을 일부러 줄이는 기간을 갖습니다. 이때는 갑자기 새로운 훈련을 시도하기보다는, 이미 해오던 훈련을 양만 줄여서 몸을 상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이 근질근질하더라도 과한 훈련보다는 컨디션 유지에 집중하는 편이 좋습니다.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에너지 관리
마라톤에서는 다리 힘만큼이나 에너지 관리가 중요합니다. 평소에도 물을 충분히 마시는 습관을 들여 두고, 훈련할 때도 시작 전과 중간, 끝난 뒤에 꾸준히 수분을 보충해야 합니다. 물만 마셔도 괜찮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라면 전해질이 들어 있는 이온음료를 적절히 섞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대회 2~3일 전부터는 너무 기름지지 않은 탄수화물 위주 식단을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 말하는 ‘카보 로딩’이라는 개념인데, 밥, 파스타, 빵, 감자 같은 음식으로 근육 속 에너지 저장량을 조금 더 채워두는 방식입니다. 이때 갑자기 평소에 안 먹던 음식이나 자극적인 메뉴를 시도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속이 불편해지면 레이스 당일 컨디션에 바로 영향을 줍니다.
레이스 중에 먹을 에너지젤이나 바, 스포츠 음료도 평소 훈련 때 미리 먹어 보고 몸의 반응을 확인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어떤 제품은 배가 불편해질 수도 있고, 너무 달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당일 아침 식사는 레이스 시작 2~3시간 전에 가볍게, 소화 잘 되는 음식으로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바나나, 빵, 시리얼 같은 메뉴가 대표적입니다.
장비 준비: 발과 피부를 지키는 선택
마라톤 준비에서 장비는 화려함보다 ‘몸에 잘 맞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신발 선택이 핵심입니다. 대회 직전에 새로 산 신발을 처음 신고 나가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최소 몇 주 전부터 훈련 때 신어보면서 발에 잘 맞는지, 특정 부위가 쓸리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옷은 땀을 잘 흡수하고 빠르게 마르는 기능성 소재가 좋습니다. 면 티셔츠처럼 땀을 오래 머금는 옷은 몸을 무겁게 만들고 쓸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한강은 바람이 생각보다 세게 불 때가 있으니, 기온과 날씨를 보고 팔토시나 얇은 바람막이 등을 준비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양말 역시 일반 면 양말보다 러닝용 기능성 양말을 추천합니다. 발가락 사이와 뒤꿈치 쪽의 마찰을 줄여 물집이 생기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줍니다. 겨드랑이, 허벅지 안쪽, 양말 위 발목 부분, 가슴 주변 등 마찰이 심한 부위에는 바셀린을 발라두거나 테이프를 붙여 두면 쓸림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햇볕이 강한 날을 대비해 챙이 있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준비해 두면 좋습니다. 눈부심을 줄여 줄 뿐 아니라, 얼굴과 눈을 보호해 줍니다. 페이스 확인을 위해 GPS 시계나 휴대폰 앱을 사용한다면, 배터리도 충분히 충전해 두어야 합니다.
대회 당일 아침부터 출발선까지
대회 당일에는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여유 있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발 시간보다 최소 1~2시간은 먼저 도착해서 번호표 부착, 물품 보관, 화장실 이용, 간단한 간식 섭취, 스트레칭까지 차례차례 진행하는 편이 편안합니다.
출발선에 서기 전에는 가볍게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짧게 천천히 조깅을 하거나, 허벅지와 종아리, 엉덩이, 발목 주변을 중심으로 동적인 스트레칭을 해주면 근육이 덜 놀랍니다. 이때부터 이미 긴장으로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할 수 있으니, 호흡을 길게 내쉬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사람이 많은 대회에서는 출발 신호가 울린 뒤에도 바로 달리기보다는 천천히 걸어나가다가 조금씩 속도를 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초반부터 앞으로 치고 나가려고 무리해서 지그재그로 사람들을 추월하다 보면, 체력도 체력이지만 부딪히거나 발을 밟히는 위험도 커집니다. 자신의 출발 구역에서 천천히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레이스 중간: 페이스와 보급 관리
달리기 초반에는 몸이 가볍고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워서, 평소 연습 때보다 훨씬 빠르게 달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마라톤은 초반에 아낀 힘으로 후반을 버티는 경기이기 때문에, 시계를 보거나 앱을 확인하면서 계획한 페이스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급수대는 일정 간격으로 나오기 때문에, 목이 심하게 마르기 전에 미리미리 조금씩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마시면 속이 답답해질 수 있으니, 컵으로 2~3모금 정도씩 나누어 마시는 것이 편안합니다. 에너지젤이나 간식을 먹을 때는, 물과 함께 섭취해 주는 것이 소화와 흡수에 도움이 됩니다.
중반을 지나 30km 전후에 접어들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기도 합니다. 다리가 갑자기 무거워지고, 평소 같으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페이스도 힘들게 느껴집니다. 이때는 코스를 몇 개의 작은 구간으로 나눠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음 급수대까지만 가자”, “다리 하나만 더 건너보자” 같은 식으로 목표를 잘게 나누면, 끝까지 가야 한다는 압박보다 조금은 숨을 고를 수 있습니다.
레이스가 끝난 뒤 몸을 돌보는 방법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은 짧지만 강렬합니다. 시계에 찍힌 기록을 확인하고, 메달을 목에 걸고, 사진을 몇 장 찍고 나면, 정신없이 흥분된 상태로 계속 서 있기 쉽습니다. 하지만 몸을 위해서는 완주 직후에 곧바로 멈춰 서 있기보다는 잠시라도 천천히 걸어 주면서 심장과 호흡을 안정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숨이 가라앉으면 스트레칭을 해주어야 합니다. 종아리, 허벅지 앞뒤, 엉덩이, 허리, 발목 등을 중심으로 천천히 늘려주는 동작을 몇 분만 해도 다음 날의 근육통이 조금은 덜해질 수 있습니다. 대회장에서 제공되는 물, 이온음료, 간단한 음식으로 수분과 에너지를 보충한 뒤, 너무 장시간 서 있지 말고 적당히 움직이다가 집이나 숙소로 돌아가는 편이 좋습니다.
이틀 정도는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충분히 쉬어야 합니다. 다리가 심하게 뭉친 느낌이 든다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미지근한 물에 잠깐 다리를 담그고 가볍게 마사지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완주 후 며칠 간은 “얼마나 다시 빨리 뛰어야 하나”보다 “어떻게 하면 내 몸이 잘 회복될까”에 신경을 쓰는 편이 좋습니다.
스포츠서울 마라톤은 한강과 도시를 가로지르며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대회입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작은 훈련 기록들, 대회 당일 현장의 공기,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 순간까지, 하나하나가 길게 남는 경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