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타이베이를 찾았을 때, 공항 환전소 앞에서 한동안 계산기를 두드리며 서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원화로 대만 달러를 바꿀지, 달러로 이중 환전을 할지, 혹은 그냥 카드만 믿고 갈지 얼마 동안을 고민했는지 모릅니다. 막상 여러 번 대만을 오가면서 직접 환전해 보고, 수수료와 환율을 비교해 보니 대략적인 원칙이 머릿속에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만 여행 시 이중 환전이 왜 유리한지, 또 언제는 굳이 이중 환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대만 여행에서 이중 환전이 유리한 기본 원리

한국에서 원화를 대만 달러로 직접 바꾸는 것보다, 원화를 먼저 미국 달러로 바꾼 뒤 대만 현지에서 다시 미국 달러를 대만 달러로 환전하는 방식이 보통 유리한 이유는 통화의 인기와 수수료 구조 때문입니다. 은행은 자주 거래되는 통화는 수수료를 적게 받고, 잘 쓰이지 않는 통화는 수수료를 더 많이 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미국 달러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 외화입니다. 그래서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환율 우대를 제공하고, 스프레드(매매 차이)가 작습니다. 반면 대만 달러는 취급량이 많지 않아 ‘기타 통화’ 취급을 받는 일이 많고, 이 때문에 우대 폭이 작거나 아예 우대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만 현지로 가면 상황이 반대로 바뀝니다. 대만 내 은행에서는 미국 달러가 주요 외화라 환율이 비교적 좋고, TWD는 자국 통화라 당연히 수수료가 합리적인 편입니다.

결국, 자주 거래되는 통화끼리만 환전하면 수수료 손해를 줄일 수 있고, 그 결과로 이중 환전이 직거래보다 나은 경우가 생깁니다.

KRW → USD → TWD vs KRW → TWD 수수료 비교

간단하게 구조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중 환전 (KRW → USD → TWD)
    • KRW → USD: 한국 내에서 가장 우대가 좋은 조합 중 하나로, 인터넷·모바일 환전 시 80~90% 이상의 환율 우대가 흔합니다.
    • USD → TWD: 대만 현지에서 많이 쓰이는 조합으로, 공항이나 시내 은행에서 비교적 경쟁력 있는 환율을 제시하는 편입니다.
  • 직접 환전 (KRW → TWD)
    • KRW → TWD: 한국에서는 취급량이 적은 편이라 스프레드가 넓고, 우대가 거의 없거나 낮은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점은 “무조건” 이중 환전이 더 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각 은행의 프로모션이나 일시적인 우대, 환율 변동에 따라 어느 쪽이 더 유리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KRW→USD 우대가 워낙 크고, USD→TWD 환율도 나쁘지 않다 보니, 전체 비용을 따져보면 이중 환전 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중 환전이 특히 유리해지는 상황

여러 번 비교해 본 경험상, 다음과 같은 조건이 겹칠 때 이중 환전의 장점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 한국 은행에서 KRW→USD 환율 우대를 80~90% 이상 받을 수 있을 때
  • 여행 경비가 어느 정도 큰 편이라, 환전 수수료 차이가 체감될 만한 금액일 때
  • 주거래 은행이나 환전 앱을 통해 미국 달러 환전을 미리 예약할 수 있을 때
  • 대만 공항이나 시내 은행에서 USD→TWD 환율이 크게 불리하지 않을 때

반대로, 대만 달러 직거래에 높은 우대 이벤트가 있거나, 시간을 많이 쓰고 싶지 않을 때는 굳이 이중 환전까지 할 필요 없이 KRW→TWD를 한 번에 하는 편이 마음이 편할 수도 있습니다.

환전 편의성과 현지에서의 실제 체감

막상 여행 준비를 하다 보면, 이론적으로 조금이라도 유리한 것보다 “편한 쪽”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대만 달러를 취급하는 한국 은행 지점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원하는 날짜에 충분한 금액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반면 미국 달러는 대부분의 은행 지점과 환전소에서 쉽게 환전이 가능합니다.

대만에 도착하면, 타오위안 공항 기준으로 입국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은행 환전 카운터가 여럿 보입니다. 이곳의 환율은 흔히 “공항이라서 손해 보겠지”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시내 은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편입니다. 저녁 시간대에 도착했을 때도 공항에서 바로 환전이 가능해, 택시비나 교통카드 충전 등에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시내로 나가면 대만 주요 은행(예: 대만은행, 중국신탁은행 등)에서도 미국 달러를 대만 달러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점마다 영업시간이 다르고 토·일요일에는 문을 닫는 곳이 많으니, 도착 직후 필요한 금액 정도는 공항에서 환전해 두는 편이 보통은 편리합니다.

실제 환전 절차 예시

준비 과정과 순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국에서 KRW → USD 환전
    • 주거래 은행 앱(예: KB, 신한, 우리, 하나 등)이나 인터넷뱅킹에서 환전 신청을 합니다.
    • 모바일 환전 시 자동으로 높은 우대를 주는 경우가 많으니, 각 은행의 우대율을 미리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수령 장소를 공항 지점이나 집·직장 근처 지점으로 지정한 뒤, 지정일에 여권을 지참하고 찾아갑니다.
    • 도심 환전소(특히 명동 일대)에서도 미국 달러는 경쟁력 있는 환율을 제시하는 곳이 많아, 비교 후 선택하면 도움이 됩니다.
  • 대만 현지에서 USD → TWD 환전
    •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해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가면, 정식 은행 카운터에서 환전이 가능합니다.
    • 여기서 교통비, 식비, 소액 결제 등을 감안해 일정 부분을 먼저 환전하고, 필요하다면 시내 은행에서 추가 환전을 진행하는 방식이 부담이 덜합니다.
    • 환전 시에는 반드시 여권이 필요하니, 가방 깊숙이 넣어 두지 말고 꺼내기 편한 곳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소액 TWD 준비와 밤늦은 도착 대비

야간 비행편으로 도착했을 때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이 “혹시 환전소가 문 닫으면 어쩌지?”였습니다. 실제로 타오위안 공항의 은행 카운터는 보통 늦게까지 운영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한국에서 아주 소액만 TWD로 바꿔 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공항에서 버스나 MRT를 타고 시내까지 이동하는 정도의 금액(한국 돈 1~2만 원 수준)을 미리 환전해 두면, 공항 ATM이 고장 나 있거나 환전소 운영 시간이 애매한 상황에서도 비교적 여유 있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금액을 너무 크게 가져가기보다는, “비상용” 느낌으로만 준비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국제현금카드·해외 ATM 활용 시 유의점

요즘은 국제현금카드나 해외 출금이 가능한 체크카드를 이용해 현지 ATM에서 바로 TWD를 인출하는 방법도 많이 사용합니다. 트래블 관련 카드 서비스나 일부 인터넷은행 카드는 해외 인출 수수료가 낮게 책정돼 있어, 이중 환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점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 카드 자체의 해외 인출 수수료(정액·정율 여부 포함)
  • 대만 현지 ATM에서 부과하는 추가 수수료 여부
  • 인출 시 적용되는 환율(카드사 고시 환율 기준)
  • 일 최대 인출 한도와 계좌 잔액, 혹시 모를 출금 오류에 대한 대비

여행 중간에 갑자기 카드 오류가 나거나 ATM이 먹통이 되는 상황을 한두 번 겪고 나면, 카드만 100% 믿기보다는 현금과 카드를 적당히 섞어 두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편합니다.

신용카드 활용과 현금 비율

대만은 편의점, 카페, 식당, 쇼핑몰 등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이 많습니다. 교통카드 충전이나 작은 노점, 야시장 일부 가게 정도를 제외하면 카드만으로도 웬만한 지출은 해결되는 편입니다. 다만 해외 결제 수수료가 보통 1~2% 정도 붙는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나누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 숙소, 대형 쇼핑, 교통 패스 등 큰 금액: 신용카드 사용
  • 야시장, 소규모 식당, 현금만 받는 가게: TWD 현금 사용
  • 비상 상황 및 예기치 못한 지출: 예비 USD 또는 카드 인출

이렇게 분배해 두면, 굳이 대만 달러를 너무 많이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남는 환전 손실도 줄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카드가 안 되는 가게에서도 불편함 없이 결제할 수 있습니다.

이중 환전 전에 꼭 체크해 볼 것들

출국 전, 다음 항목 정도만 확인해 보면 실제 상황에서의 손익을 훨씬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 내가 사용하는 은행·환전 앱의 KRW→USD 우대율과 최종 적용 환율
  • 같은 은행에서 KRW→TWD로 직접 환전할 때의 환율과 수수료
  • 최근 여행자들이 공유한 대만 공항·시내 은행의 USD→TWD 실환율(대략적인 수준만 참고)
  • 여행 기간과 소비 성향에 따른 예상 현금 사용액
  • 내가 가진 신용카드·체크카드의 해외 결제/인출 수수료

이렇게 한 번 정리해 보면, 어떤 사람에게는 이중 환전이 분명히 이득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얼마 차이 안 나니 그냥 한 번에 환전하자”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같은 대만 여행이라도 출발하는 은행, 사용하는 카드, 소비 패턴에 따라 최적의 선택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본인 상황에 맞춰 간단히 계산해 보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