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뉴질랜드에 가려고 준비를 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어느 은행에 가야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지, 현금을 얼마나 바꿔야 할지, 카드만 들고 가도 되는지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어디가 제일 싸다”라는 말은 많았지만, 직접 계산을 해보니 은행 이름보다 ‘어떤 방식으로 돈을 쓰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정리해둔 내용에다 최근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뉴질랜드 달러(NZD)를 준비하는 여러 방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보았습니다.
우선 기억해둘 점은, 같은 뉴질랜드 달러라도 “현금으로 미리 바꾸느냐”, “카드로 결제하느냐”, “해외 송금을 하느냐”에 따라 실제로 빠져나가는 돈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은행별 ‘기본 수수료’ 숫자만 보고 비교하면 오히려 헷갈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뉴질랜드 달러를 준비할 때 꼭 알아야 할 개념과, 상황별로 어떤 방식을 고르면 좋은지 차근차근 정리해보겠습니다.
환전 수수료의 핵심: 환율 스프레드와 환율 우대
은행에서 환전을 하면 “수수료 얼마입니다”라고 따로 떼어 받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수수료가 환율 속에 숨어 있습니다. 이 숨은 수수료를 이해하려면 “환율 스프레드”라는 말을 알아두면 좋습니다.
은행은 보통 세 가지 환율을 씁니다.
첫째, 매매기준율입니다. “이 정도면 오늘의 기준 가격이다”라고 정해둔 환율입니다. 뉴스에서 보는 환율이 보통 이 기준율에 가깝습니다.
둘째, 살 때 적용되는 환율(전신환 매도율, 현찰 매도율 등)입니다. 우리가 원화를 내고 외화를 살 때 적용되는 실제 환율입니다.
셋째, 팔 때 적용되는 환율(전신환 매입율, 현찰 매입율 등)입니다. 우리가 외화를 팔고 원화를 받을 때 적용되는 환율입니다.
이 기준율과 실제 매수·매도율 사이의 차이가 바로 환율 스프레드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 차이가 수익이 되고, 고객 입장에서는 이 차이가 사실상 수수료입니다. 그래서 은행에서 말하는 “환율 우대”란, 이 스프레드를 줄여주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의 은행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미국 달러(USD), 일본 엔(JPY), 유로(EUR) 같은 주요 통화는 우대율이 아주 높은 편입니다. 이벤트를 잘 이용하면 80~90% 이상 우대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뉴질랜드 달러(NZD), 호주 달러(AUD), 캐나다 달러(CAD) 등은 “기타 통화”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통화들은 보통 기본 우대가 30% 안팎에서 시작해서, 조건을 잘 맞추면 50% 정도까지 올라가는 수준입니다. 뉴질랜드 달러도 여기에 속합니다.
셋째, 우대율이 높아질수록 실제로 부담하는 환전 수수료가 줄어듭니다. 단, 기본 스프레드 자체가 통화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우대율 몇 퍼센트냐”만 보고 비교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같은 통화끼리 비교할 때는 우대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현금으로 바꾸는 경우: NZD 현찰 환전
뉴질랜드에 가면 카드가 거의 다 통하지만, 그래도 처음 도착했을 때 교통비나 간식값처럼 소액 현금이 꼭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탈 때, 작은 가게에서 카드를 안 받는다고 할 때, 혹은 Tip이나 동전이 필요한 상황 같은 경우입니다. 이럴 때를 위해 어느 정도의 현금을 미리 바꾸게 되는데, 여기에서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을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현금 환전은 은행 입장에서 실제 지폐를 들여오고 보관해야 하므로, 카드 결제보다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그래서 같은 통화라도 현찰 환율이 가장 불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몇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은행 지점 창구보다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합니다. KB,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스마트폰 앱에서 “사이버 환전”, “모바일 환전”을 신청하면 창구 환전보다 높은 우대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질랜드 달러 같은 기타 통화도 보통 30% 내외의 우대에서 시작해서, 이벤트나 고객 등급에 따라 50%까지 확대되는 식입니다.
둘째, 평소 거래를 자주 하는 주거래 은행이 있다면 그 은행 앱을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급여 이체, 자동이체, 카드 사용 등으로 쌓인 거래 실적에 따라 추가 우대를 주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여행 성수기에는 은행들이 환전 이벤트를 많이 엽니다. “외화 환전 최대 90% 우대” 같은 문구가 보인다면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주요 통화에만 해당되는 경우가 많지만, NZD 같은 기타 통화에도 일정 부분 우대를 확대해주는 때가 있습니다.
넷째, 공항 환전소에서 처음부터 큰 금액을 바꾸는 것은 대부분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공항 환전소는 편리한 대신 우대가 거의 없거나 매우 낮아서, 같은 금액을 바꿔도 더 많은 수수료를 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미리 시중은행 앱으로 환전 신청을 해두고, 집 근처 지점에서 찾아가는 것이 보통 더 유리합니다.
실제로 은행별로 뉴질랜드 달러 현찰 우대율이 크게 차이 나는지는 확인해보면, 주요 은행들은 보통 비슷한 수준에서 경쟁을 합니다. 하나은행이 외환에 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NZD 현찰 환전에 한정해서 보면 KB국민, 신한, 우리, 농협, 기업은행 등과 비슷한 우대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은행이냐”보다는 “앱으로 미리 신청했는지, 이벤트를 활용했는지”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뉴질랜드 달러 현금을 준비할 때 생각해볼 만한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평소 이용하던 은행 앱에서 사이버 환전을 신청하고, 집이나 학교, 회사 근처 지점에서 수령하는 방법입니다.
둘째, 다른 은행 앱에서 NZD 환전 우대 이벤트를 하고 있는지 추가로 확인해보고, 조건이 더 좋다면 그쪽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셋째, 너무 많은 금액을 한 번에 현찰로 바꾸기보다는, 뉴질랜드에서 반드시 현금이 필요한 상황을 생각해보고 최소한의 금액만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머지 지출은 카드로 처리하는 것이 보통 더 이득입니다.
카드로 결제·인출하는 방법: 환전형 여행 카드 활용
요즘에는 해외여행을 갈 때, 현금을 두툼하게 들고 다니는 대신 카드 하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질랜드도 대부분의 상점, 식당, 숙소, 대중교통에서 카드 결제가 잘 됩니다. 이때 일반 신용·체크카드를 써도 되지만, “환전형 여행 카드” 혹은 “멀티 통화 카드”라고 부르는 상품을 이용하면 환전 수수료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카드는 보통 앱에서 미리 뉴질랜드 달러를 충전해 두고, 현지에서는 그냥 일반 카드처럼 긁거나 ATM에서 인출하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이때의 장점과 주의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환전 수수료가 거의 없거나 매우 저렴한 상품이 많습니다. 매매기준율에 가깝게 환율을 적용하고, 별도의 환전 수수료를 받지 않는 구조를 내세우는 것이 특징입니다.
둘째, 해외에서 현지 통화로 결제할 때 붙는 국제 브랜드 수수료(비자·마스터 등에서 부과하는 1% 안팎)를 면제하거나, 사실상 포함해서 저렴하게 제공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각 카드마다 조건이 다르므로, 발급 전에 약관과 안내문을 한번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ATM 인출 시 수수료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카드 회사에서 받는 수수료와, 현지 ATM 운영사가 별도로 붙이는 수수료가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카드는 일정 한도까지 인출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그 이후에는 몇 퍼센트를 받는 식으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카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품 세부 조건과 이벤트는 수시로 바뀔 수 있으니, 실제로 이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각 서비스의 공식 안내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트래블월렛은 여러 통화를 미리 충전해서 쓰는 전용 카드입니다. 뉴질랜드 달러를 포함한 다양한 통화를 앱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고, 보통 매매기준율에 가까운 환율을 적용하며 별도의 환전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해외 ATM에서 현지를 기준으로 일정 금액 이하 인출은 수수료를 받지 않고, 그 이상에서는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아주 소액 결제에서 승인이 거절된다거나, 충전 시점의 환율이 고정된다는 점 등은 미리 알고 쓰는 편이 좋습니다.
신한은행에서 제공하는 트래블로그 카드 역시 여러 통화를 미리 충전해서 쓰는 구조입니다. 뉴질랜드 달러를 포함한 여러 개의 통화를 선택적으로 충전할 수 있고, 환전 수수료를 매매기준율 기준으로 우대해주는 방식입니다. 해외 ATM 인출 수수료를 일정 한도까지 면제해주는 조건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 월별·연별 한도와 초과 시 수수료율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신한은행 계좌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은행이 제공하는 글로벌 전용 환전형 카드들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NZD를 포함한 여러 통화를 앱에서 미리 충전하고, 해외에서 그 통화로 바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마찬가지로 환전 수수료 우대와 ATM 수수료 혜택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고, 하나은행 계좌 연동이 필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여행 카드들을 활용할 때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전략이 유리합니다.
첫째,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대부분의 지출은 여행 카드로 결제합니다. 숙소, 교통, 식당, 쇼핑 등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에서는 최대한 카드를 이용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둘째, 필요한 만큼만 ATM에서 현지 통화를 인출해 현금으로 사용합니다. 이때 앱에서 “NZD 잔액”을 확인하면서 필요한 만큼만 인출하면, 불필요하게 큰 액수의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셋째, 한국에서 미리 너무 많은 현찰을 바꾸지 않고, 소액만 준비한 뒤 나머지는 여행 카드로 충전해 쓰는 조합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 비용 면에서 가장 합리적입니다.
뉴질랜드 계좌로 보내야 할 때: 해외 송금 이용법
어학연수 비용, 학비, 장기 체류를 위한 생활비, 혹은 뉴질랜드 현지 계좌로 보증금을 보내야 할 때처럼 큰돈을 현지 은행 계좌로 보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때는 단순 환전보다 “해외 송금”이 핵심입니다. 은행 창구를 이용할 수도 있고, 해외 송금 전문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해외 송금에서는 다음 세 가지 비용을 함께 봐야 합니다.
첫째, 송금 시 적용되는 환율입니다. 여기에도 환율 스프레드와 우대율이 적용됩니다.
둘째, 송금 수수료입니다. 은행마다 정해둔 건당 수수료가 있고, 금액이나 우대 조건에 따라 줄어들거나 면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셋째, 중개 은행 수수료와 수취 은행 수수료입니다. 해외 송금은 한국 은행과 뉴질랜드 은행 사이에 중간 은행이 끼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중개 은행이나 최종 수취 은행에서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공제할 수 있고, 이 금액은 실제로 받는 돈에서 빠져나갑니다.
시중은행의 해외 송금 서비스는 안정성이 높고, 큰 금액을 보낼 때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특히 주거래 은행을 이용하면 환율 우대나 송금 수수료 할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기본적인 수수료가 건당 만 원 이상으로 느껴질 수 있고, 중개 은행 수수료까지 합치면 전체 비용이 꽤 커질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센트비나 와이어바알리, 모인과 같은 해외 송금 전문 서비스는 수수료를 낮추고 환율을 유리하게 적용하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웁니다. 이런 서비스들은 보통 앱에서 송금 금액과 실제 도착 금액, 수수료를 한 화면에 보여주어 비용 구조가 비교적 투명합니다. 일정 금액 이하의 송금에서는 수수료를 매우 저렴하게 받거나 아예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단, 송금 한도에 제한이 있을 수 있고, 연간 누적 송금액에도 상한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뉴질랜드로 돈을 보낼 때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생활비나 학원비처럼 매달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 정도를 보내는 수준이라면, 해외 송금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환율과 수수료 모두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집 보증금이나 학비처럼 수천만 원 단위의 큰 금액을 한 번에 보내야 한다면, 주거래 은행 앱이나 지점에서 해외 계좌 송금을 이용하면서, 환율 우대와 송금 수수료 할인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상황별로 어떻게 선택하면 좋은지
지금까지 내용을 실제 상황에 맞춰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대부분의 지출을 카드로 할 계획이라면, 환전형 여행 카드를 하나 준비해 두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합니다. 앱에서 미리 NZD를 충전해두고, 현지에서는 카드 결제와 ATM 인출을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환전 수수료가 낮고, 이벤트에 따라 ATM 인출 수수료도 일정 한도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입국 직후 이동할 교통비나 작은 가게에서 쓸 돈처럼, 꼭 필요한 소액의 현금은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가는 편이 편합니다. 이때는 주거래 은행 앱에서 사이버 환전을 신청해 우대를 최대한 받고, 공항에서 환전하는 일은 가급적 피하는 전략이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뉴질랜드 현지 은행 계좌로 돈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금액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매달 반복되는 소액·중액 송금이라면 해외 송금 전문 앱을 우선 고려하고, 아주 큰 금액을 한 번에 보낼 때는 주거래 은행의 해외 송금 서비스와 우대 조건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지 않는 것”입니다. 소액 현금은 모바일 환전, 카드 지출은 여행 카드, 큰 송금은 은행이나 전문 앱을 나누어 쓰면, 각 방식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불필요한 수수료를 줄일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달러를 준비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한 번만 구조를 이해해두면 다음부터는 훨씬 수월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