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 편의점에서 계산대 앞에 서 있었을 때, 손에 들고 있던 교통카드가 정말로 돈처럼 쓸 수 있는지 살짝 긴장이 되었습니다. 카드만 찍으면 된다고 해서 용기를 내서 “스이카로 부탁해요”라고 말하고 단말기에 톡 찍었는데, 예상보다 너무 쉽게 결제가 끝나 버렸습니다. 그 뒤로는 지갑을 꺼낼 일도 거의 없이,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든, 간식을 사든, 전부 이 카드 하나로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스이카 카드는 원래 도쿄 근처 전철과 버스를 탈 때 쓰는 교통카드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단순한 교통카드를 넘어서, 전자화폐처럼 편의점과 자판기, 일부 식당과 상점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미니스톱 같은 주요 편의점에서는 스이카뿐 아니라 PASMO, ICOCA, Kitaca 같은 다른 지역 교통카드도 거의 똑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 입구나 계산대 근처를 보면 스이카 로고나 IC 카드 로고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표기가 보이면 대부분 사용 가능하다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편의점에서 스이카 카드로 결제하는 기본 과정
편의점에서 스이카를 사용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꺼내는 것보다 빨라서 금방 익숙해집니다.
먼저 계산할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놓고, 점원이 금액을 알려줄 때 결제 수단을 말해주면 됩니다. 일본어를 잘 못해도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어로 “스이카로 결제할게요”라고 말해도 대부분 바로 이해하고, 카드 단말기를 가리켜 줍니다. 일본어로 말하고 싶다면 “스이카 데 오네가이시마스” 정도로만 말해도 충분합니다.
그다음 계산대 옆이나 앞에 있는 카드 단말기에 스이카 카드를 살짝 가져다 대면 됩니다. 세게 누를 필요도 없고, 오래 대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딱 하고 대었다 떼면 “삐빅” 하는 소리가 나거나 화면에 결제 완료 표시가 뜹니다. 이때 카드에서 물건 값만큼 금액이 빠져나가고, 남은 잔액이 잠깐 화면에 표시됩니다. 어떤 편의점에서는 영수증에도 결제 후 잔액이 인쇄되어 나오기 때문에, 혹시 잔액이 궁금하면 영수증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게 결제를 하고 나면 현금을 주고 거스름돈을 받는 과정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특히 동전이 많이 생겨서 지갑이 두꺼워지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훨씬 편해졌다고 느끼게 됩니다.
편의점에서 스이카 카드 충전하는 방법
스이카 카드는 선불식 전자화폐라서, 카드 안에 돈을 미리 넣어 두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충전이라고 부릅니다. 일본 편의점에서는 대부분 계산대에서 직접 충전할 수 있어서, 일부러 역 안에 있는 충전 기계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편의점에서 충전할 때는 먼저 계산원에게 충전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한국어로 “스이카 충전 부탁드려요”라고 말해도 되고, 간단하게 카드와 함께 지폐를 내밀면서 충전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해도 대체로 알아듣습니다. 일본어가 부담된다면 카드와 현금을 함께 건네며 “Charge”라고만 말해도 이해하는 점원이 많습니다.
충전 금액은 보통 1,000엔 단위로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1,000엔, 2,000엔, 5,000엔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됩니다. 점원이 금액을 다시 확인해 줄 때 고개를 끄덕이면, 점원이 카드 단말기에 스이카를 올려놓고 지불한 현금만큼을 충전해 줍니다. 충전이 끝나면 잔액이 업데이트되고, 필요한 경우 영수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알아둘 점은, 편의점에서 스이카를 충전할 때는 대부분 현금만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카드로 스이카에 돈을 넣고 싶다면, 역 안 자동충전기에서 일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모바일 스이카 앱을 통해 충전하는 방식이 따로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편의점 계산대에서는 신용카드로 스이카에 직접 충전하는 서비스는 거의 제공하지 않습니다.
잔액이 부족할 때 대처 방법
편의점에서 계산하려고 카드를 찍었는데 잔액이 부족하면 결제가 실패합니다. 이때는 너무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점원이 보통 바로 “잔액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알려주거나 화면에 오류 메시지가 뜹니다.
이 상황에서는 그 자리에서 바로 충전을 부탁할 수 있습니다. 점원에게 충전하겠다고 말하고, 원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내면 됩니다. 충전이 끝난 뒤 다시 카드를 찍어서 결제를 마무리하면 됩니다. 혹시 언어가 잘 안 통하더라도, 카드와 현금을 보여주면서 충전 제스처를 하면 대부분 이해하고 도와줍니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게 쓰려면,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산 뒤 남은 잔액을 미리 확인해 두고, 너무 적게 남았다 싶을 때 미리 1,000엔 정도씩 여유 있게 충전해 두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전국 여러 지역에서 함께 쓸 수 있는 교통카드
스이카는 원래 도쿄 지역의 교통카드이지만, 지금은 일본의 여러 지역 교통카드가 서로 어느 정도 호환되도록 시스템이 통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스이카, PASMO, ICOCA, Kitaca, TOICA, manaca, SUGOCA, nimoca, Hayakaken 같은 카드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도 대부분 비슷하게 사용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오사카 지역에서 발급한 ICOCA 카드를 도쿄 편의점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도쿄의 스이카 카드를 교토나 후쿠오카 편의점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모든 상점이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편의점처럼 전국 체인점인 곳들은 IC 교통카드 결제를 폭넓게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 가능한지 확인하려면, 편의점 입구나 계산대 주변에 붙어 있는 카드 로고를 보면 됩니다. 스이카 마크나 “IC”라고 적힌 표식을 발견하면 그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지역에 따라 일부 교통수단이나 상점에서 특정 카드만 제한적으로 받는 경우도 있으니, 완전히 100% 같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여행할 때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닙니다.
영수증으로 잔액을 확인하는 요령
편의점에서 스이카로 계산을 하면, 영수증에 결제 금액과 함께 현재 카드에 남은 잔액이 함께 찍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수증 하단이나 중간 부분에 “잔액” 혹은 비슷한 의미의 숫자가 표기되어 있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굳이 역의 충전기나 스마트폰 앱을 열어보지 않아도, 오늘 편의점에서 무엇을 샀는지 정리하면서 동시에 스이카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함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본 여행 중에 지출 관리를 조금 신경 쓰고 싶다면, 영수증을 잠깐씩 모아 두고 잔액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습관입니다.
모바일 스이카와 실제 카드의 차이
요즘 일본에서는 IC 칩 수급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실제 플라스틱 스이카 카드를 새로 발급받기 어려운 시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안에 스이카를 넣어 사용하는 모바일 스이카 방식으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Wallet 앱에 스이카를 추가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발급된 일부 안드로이드 기기 역시 전용 앱을 통해 모바일 스이카를 지원합니다만, 모든 기종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알아두어야 합니다.
모바일 스이카의 가장 큰 장점은 충전과 관리가 매우 편하다는 점입니다. 교통카드에 돈을 채워 넣기 위해 편의점이나 역의 충전기를 찾을 필요 없이, 스마트폰에서 바로 신용카드나 등록된 결제 수단으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현금을 굳이 많이 들고 다닐 필요도 줄어들고, 잔액을 앱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휴대폰을 개찰구 단말기나 편의점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되므로, 물리적인 카드를 잃어버릴 걱정이 줄어듭니다. 휴대폰을 분실했을 때도 계정으로 잠그거나, 해당 스이카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일반 카드를 잃어버렸을 때보다 대처가 수월한 편입니다. 다만, 휴대폰 배터리가 완전히 꺼져버린 경우에는 사용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장거리 이동 시에는 배터리 관리도 신경 써야 합니다.
편의점에서 스이카를 활용하면 좋은 점들
스이카를 편의점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결제가 빨라서만은 아닙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조금씩 이득과 편리함이 쌓입니다.
- 동전이 쌓이지 않고 지갑이 가벼워집니다.
- 급하게 음료나 간식을 살 때, 줄이 길어도 결제가 빨라서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 교통비와 간단한 식비, 간식비를 모두 스이카로 쓰면, 나중에 사용 내역을 정리하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 일정 금액만 충전해서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하루 예산을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여행 중에는 낯선 화폐 단위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지폐와 동전을 계속 꺼내며 계산하는 대신, 스이카 잔액만 잘 확인해 두면 훨씬 여유 있는 마음으로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본 곳곳의 편의점에서 스이카를 활용해 보다 가볍게 돌아다니다 보면, 처음에 느꼈던 그 작은 긴장감이 어느새 일상의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교통과 간단한 소액 결제를 하나의 카드로 연결해 사용하는 경험이 얼마나 편리한지, 직접 써보면 금세 실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