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 의자에 앉아서 상품 설명을 들을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적이 있습니다. 직원분은 여러 숫자와 용어를 빠르게 설명해주시는데, 어디까지가 진짜 내가 받는 이자인지, 무엇이 조건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광고에는 “연 5%” 같은 굵은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만, 막상 가입하려고 하면 이것저것 조건이 따라붙어서 처음 광고와는 느낌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적금 상품을 볼 때는 겉에 쓰인 숫자보다,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하나씩 따져보게 되었습니다.

은행 적금을 고를 때는 단순히 이자율이 높은 은행만 찾는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같은 “연 5% 적금”이라도 실제로 내가 받는 이자는 사람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교할 때 꼭 살펴봐야 할 기준들을 정리해두면, 나중에 스스로 상품을 골라야 할 때 훨씬 수월해집니다.

기본 금리와 우대 금리 정확히 나누어 보기

적금 광고에서 크게 보이는 숫자는 대부분 “최대” 금리입니다. 이 안에는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첫째, 기본 이자율입니다. 아무 조건 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금리입니다. 은행마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이 부분은 내가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둘째, 우대 이자율입니다. 여러 조건을 만족했을 때 추가로 붙는 금리입니다. 광고에 나오는 높은 숫자는 대부분 이 우대 이자율까지 모두 더한 값입니다.

주로 많이 등장하는 우대 조건을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월 납입금을 다른 은행 계좌에서 자동이체로 보내기
  • 급여를 그 은행 계좌로 받기
  • 해당 은행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하기
  • 해당 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일 것
  • 앱 푸시 알림이나 문자 수신 등 마케팅에 동의하기
  • 같은 은행의 다른 상품(펀드, 대출 등)에 가입하기
  • 모바일 앱으로 가입하거나, 앱 안에서 특정 미션 수행하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실제로 이 조건들을 지킬 수 있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카드만 쓰는데 우대 금리 때문에 새 카드를 만들고 억지로 사용하다가, 불필요한 소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 급여 이체 조건을 맞추기 위해 주거래 은행을 옮겼다가, 다른 자동이체나 결제 관리가 더 복잡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적금을 비교할 때는 먼저 기본 금리가 어느 정도인지 보고, 그다음에 우대 조건 중에서 내가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는 것만 계산에 넣는 것이 좋습니다. 지키기 어려운 조건이 많다면, 숫자는 높아 보여도 실제로는 기대한 것만큼 이자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정기적금과 자유적금, 나에게 맞는 방식 고르기

적금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은 아닙니다. 크게 보면 정기적금과 자유적금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기적금은 매달 같은 날에 같은 금액을 넣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매달 10일에 20만원씩 1년 동안 넣는 식입니다. 규칙적으로 돈이 나가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저축하기에 좋고, 이자 계산 방식도 비교적 단순합니다.

자유적금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넣는 상품입니다. 한 달에 얼마를 넣을지, 몇 번 나누어 넣을지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 용돈처럼 들어오는 돈이 일정하지 않거나, 가끔 돈이 생길 때마다 모으고 싶을 때 편리합니다. 대신 얼마를 언제 넣느냐에 따라 이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보통 일별 잔액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는 등 방식이 조금 더 복잡합니다.

어떤 상품이 더 좋다고 단정짓기보다는, 자신의 수입 패턴과 소비 습관에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월급처럼 일정한 수입이 있다면 정기적금이,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비처럼 들쑥날쑥한 수입이라면 자유적금이 더 편할 수 있습니다.

납입 한도와 기간, 목표 금액에 맞춰 생각하기

고금리 적금일수록 월 납입 한도가 낮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대 금리가 높은 상품인데 월 최대 10만원까지만 넣을 수 있는 식입니다. 이럴 경우 이자율은 높더라도, 실제로 모을 수 있는 원금이 적기 때문에 최종 이자 금액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적금에는 가입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6개월, 1년, 2년, 3년 등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조금 더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만큼 돈이 더 오랫동안 묶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적금 선택 전에 다음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 한 달에 무리하지 않고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은 얼마인가
  • 이 돈을 언제쯤 사용해야 하는 계획이 있는가 (예: 내년 여행, 2년 뒤 등록금 등)
  • 급하게 돈이 필요해져서 중간에 깨야 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가

목표 금액과 시점을 먼저 정해 두면, 그에 맞는 한도와 기간을 고르는 것이 훨씬 쉬워집니다.

이자 계산 방식, 단리와 복리의 차이 이해하기

이자를 계산하는 방식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적금은 대부분 단리 방식입니다. 단리는 원금에 대해서만 이자가 붙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에 연 5% 단리라면 1년 뒤 이자는 5만원입니다.

복리는 원금과 그동안 쌓인 이자를 합친 금액에 다시 이자가 붙는 방식입니다. 이자가 또 다른 이자를 낳는 구조라, 기간이 길수록 차이가 커집니다. 다만 실제로는 예금 상품에서 복리를 볼 수 있는 경우가 더 많고, 적금은 단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적금 이자는 보통 만기일에 한 번에 받는 방식이 많습니다. 일부 금융상품은 중간중간 이자를 나누어 주거나, 예금에서 월 복리처럼 운영되는 것도 있지만, 적금에서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다른 방식(복리, 중간 지급 등)을 제공하는 적금이 있다면, 일반 적금과 무엇이 다른지 자세히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세금까지 고려한 ‘실제 이자’ 계산하기

적금 이자는 그대로 다 받는 것이 아니라, 이자에 세금이 붙습니다. 일반적으로 예금과 적금 이자에는 이자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를 합쳐 15.4%가 과세됩니다. 예를 들어, 이자를 10만원 받으면 세금 약 1만5400원이 빠지고,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은 약 8만4600원이 됩니다.

다만,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세금을 덜 내거나 아예 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세금 우대 상품, 비과세 종합저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계한 상품 등입니다. 이런 상품은 같은 금리여도 세금이 적게 빠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받는 돈이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세금 우대나 비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고, 해당된다면 일반 상품보다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자율만 보는 것보다 “세후 이자”를 기준으로 비교해야 실제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중도 해지 시 이자, 얼마나 줄어드는지 확인하기

적금은 원래 만기까지 꾸준히 넣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그래서 중간에 해지하면 약정 이자율을 그대로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도해지 이율’이 따로 정해져 있는데, 이 수치는 광고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꼭 확인해봐야 합니다.

많은 상품에서 중도해지 이율은 일반 금리보다 훨씬 낮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의 이자가 안 붙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낮게 적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적금에 넣을 돈은 웬만하면 만기까지 건드리지 않아도 되는 여윳돈으로 준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만,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중도 해지 시 이율이 어떻게 되는지, 몇 개월 이상 유지하면 어느 정도 이자를 주는지 약관을 미리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정말로 긴급하게 해지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은행의 안정성과 이용 편의성 함께 보기

우리나라에서 인가를 받은 은행의 적금과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인당 한 금융회사당 5000만원까지 보호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범위에서 저축할 때는, 대부분의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이 안정성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대신 실제로 사용할 때 느끼는 편의성이 중요한 차이가 됩니다. 스마트폰 앱이 잘 작동하는지, 로그인과 이체가 편한지, 고객센터 연결이 수월한지 등입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지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앱 사용 경험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주거래 은행을 중심으로 적금을 가입하면 우대 조건을 채우기가 쉬워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미 급여 이체나 카드 사용 실적이 있는 은행이라면,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우대 금리를 받는 경우가 생깁니다. 반대로, 금리가 조금 더 높은 상품을 찾아 여러 은행에 여기저기 흩어져 가입하면, 관리가 복잡해지고 조건을 놓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적금 상품을 비교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법

여러 은행의 적금을 한 번에 비교하고 싶을 때는, 금융 관련 비교 서비스를 활용하면 편합니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상품 설명서나 비교 시스템을 이용하면, 기본 금리, 우대 조건, 가입 기간, 납입 한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간단한 표에는 세부 조건이 모두 담기지 않을 수 있으니, 관심 있는 상품이 있으면 은행 앱이나 창구에서 상세 설명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은행들이 가끔 한정된 기간 동안만 판매하는 ‘특판 적금’을 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평소보다 금리가 높게 나오는 대신, 선착순 또는 짧은 판매 기간 등의 제한이 붙는 일이 많습니다. 이런 상품을 노려보고 싶다면 평소에 사용하는 은행 앱의 공지사항이나 알림을 자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숫자만 보고 무작정 가장 높은 금리 상품부터 고르는 방식에서는 조금 벗어나는 것입니다. 나의 생활 패턴, 월 저축 가능 금액, 돈이 필요한 시기, 우대 조건 충족 가능성, 세금과 중도해지 이율까지 함께 생각해보면, 겉으로 보이는 금리는 조금 낮더라도 실제로 나에게 더 이득이 되는 상품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기준들을 머릿속에 하나씩 정리해두고 적금을 살펴보다 보면, 어느 순간 광고 속 숫자에 휘둘리기보다, “이 상품은 조건이 까다롭네”, “이건 한도가 너무 적어서 실질 이자는 별로겠네” 같은 판단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적금이 단순히 돈을 묶어두는 상품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는 도구처럼 느껴집니다.